11. 안개
안개다.
지독한 안개다.
깜박깜박 본능적으로 비상등을 점멸하며 멈췄다. 코앞에서 하얀 물체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자동차 불빛에 일렁이는 안개의 물결이 괴기스럽다. 하얀 덩어리가 살아 있는 생명체인 듯 지나간다.
‘어디서 나타났지?’
불안과 평화가 동시에 온다. 무언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함과, 우유 속에 들어앉은 것 같은 편안함. 어떤 기분이 더 강한지 모르겠다. 불안한 마음은 어서 빨리 안갯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재촉한다.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 불빛에 천천히 흘러가는 하얀 덩어리가 주는 유연함, 저 너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궁금함이 주는 기분 좋음도 놓치기 싫다. 불안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 차 에스엠은 오래된 차다. 펄펄 날뛰는 기운은 한참 전에 잃어버렸다. 어서 빨리 안전한 도로로 가야 한다.
기어를 D로 옮겼다.
그러고서도 한참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떼었다. 떼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달래며 발을 떼자 하얀 덩어리의 춤이 빨라졌다. 1분? 5분? 얼마나 나아갔는지 모르겠다. 시간 감각은 진즉 사라졌다. 천천히 굴러가는 자동차 앞으로 시꺼먼 물체가 지나간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