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표지석
‘뭐지? 잘못 봤나? 아냐, 분명 무언가 지나갔는데. 혹시 바퀴에 깔린 것 아닐까?’
우유 속의 유영은 사라졌다. 이제는 궁금함이 솟는다. 망설이다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눈으로 쏠린 신경이 해제되면서 청각이 돌아온다. 안갯속에서 불쑥 어깨를 짚을 것 같은 느낌을 떨치며 에스엠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우려했던 상황은 없다.
물소리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에스엠이 도로 가운데 있고, 안개가 스멀스멀 사라지고 있었다. 산이 아래에서부터 나타나고 개울가 하얀 돌이 보인다. 에스엠을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저만치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보인다. 다리 옆으로 오래된 당산나무가 한 그루. 그 아래 돌 이정표가 있다. 다가가 보니 여기저기 깨진 상처가 많다. 표지석 화살표가 왼쪽을 가리킨다.
‘맞게 왔나 보군.’
그 사이 안개는 더 멀어지고 있었다.
에스엠 시동을 켜고 왼쪽 길로 들어섰다. 다리를 건너자 물소리가 커진다. 에스엠 앞에서 안개가 서둘러 밀려난다. 속도를 올렸다. 거짓말처럼 앞이 열렸다. 순식간에 쑥 빠져나왔다. 양옆으로 잘 자란 모가 가득한 논이 펼쳐진다. 완만한 논두렁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좋은 굴곡으로 층층이 올라간 논두렁에 물이 찰랑거린다. 도로는 저 멀리 산 아래로 이어졌다. 산을 돌아가면 계곡을 벗어나나 보다. 안개처럼 불안감이 사라진다. 창문을 활짝 내렸다. 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