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같은 풍경
이상하다.
아까부터 같은 풍경이다. 좀 전에 본 당산나무를 또 지나고 있다. 작은 버드나무 두어 그루 모여 있는 논두렁이 또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 논에 사람 모습도 없다. 진즉 계곡을 벗어나야 할 시간이다.
계기판의 시계를 봤다. 4:18
‘?’
‘안갯속을 해 맬 때도 이 시간이었잖아.’
당혹과 불안이 스친다.
뭔가 잘못되었다. 에스엠은 아니다.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주춤주춤 속도를 늦추는데 저 앞에 산 밑 마을이 보인다.
‘저 마을을 돌아가나? 산 너머가 옥과 방향이어야 하는데.’
천천히 다가갔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20여 호 되는 것 같다. 개천 위쪽으로 집들이 모여 있다.
초입에 정자가 있다. 정자 옆에 차를 세웠다. 반질반질 닦아 놓은 마룻바닥이 드러눕기 좋다. 마침 아무도 없다. 긴장이 풀린다. 어깨가 뻐근하다.
‘잠시 쉬었다 갈까? 이왕 쉬는 것 누웠다 가자. ’
벌렁 누웠다.
‘바쁜 농사철 정자에 앉아 노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한창 바쁠 때는 부지깽이도 쓰인다잖아.’
마룻바닥이 시원하다. 솔솔바람이 불어온다. 등을 쭉 펴고 누웠다.
‘아~편하다.’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인기척에 퍼뜩 깼다.
주위가 어둑어둑하다. 몇 사람이 창순의 자동차를 기웃거리고 있다. 내 자동차라고 소리치려다 멈추었다. 자동차를 들여다보는 모습들이 이상하다. 사람들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다. 낫, 몽둥이, 죽창이 보인다.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본능적으로 정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