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14. 마을

by 재학

한참 자동차를 살피던 사람들은 흩어지듯 마을로 사라졌다.

사라진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엎드려 있었다. 가슴이 방망이질했다. 창순은 자동차로 뛰어들었다. 시동을 걸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푸드득 푸드득’ 소리가 ‘딸그락’ 소리도 바뀌며 더 이상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맘이 급해졌다. 죽창을 든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장난이라도 그런 것을 들고 다니면 안 되잖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눈앞에 있다니.’


갑자기 몸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에스엠을 버리고 갈까? 어두운 길을 어떻게 벗어나지? 마을을 벗어나려면 되돌아가야 하는데?’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든다. 이런 상태로 마을을 벗어 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죽창과 낫을 든 사람들이 있는 마을로 들어서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일단 숨자. 창순은 정자 옆 헛간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마을이 이상했다.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다. 농촌의 이 시간은 골목까지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오고, 마당 가운데 평상에서 저녁을 먹는 즐거운 웃음소리, 순하게 짓는 강아지 소리도, 어미를 찾는 송아지 울음소리도 나야 했다. 마을은 조용했다.


‘이상하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눌렀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담벼락에 바짝 붙었다. 감나무가 무성한 집 모퉁이를 돌아서자 공터가 보인다. 움찔하며 몸을 숙였다. 일렁이는 횃불 속에 소리 없는 사람들이 웅크려 있고, 죽창을 든 이들이 그들을 에워 쌓고 서 있다. 발소리를 죽여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횃불 아래 몇 사람이 무릎 꿇려져 있다. 나이 든 노인과 여자 몇, 젊은이다. 죽창을 든 사람 중 하나가 뭐라고 떠든다. 거리가 멀어서 들리지 않는다.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까이 다가갔다.

‘부역’

‘지주’

‘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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