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 떤 날

1. 고모

by 재학

자발없다.’

참을성이 없고 행동이 가볍다.

‘자발 스레’

자발스레 까불어 댄다.

이 말을 설명해 주는 경우는 주로 사내가~, 사나이가~로 시작한다. 즉 자발은 남자가 명심해야 할 말인 것이다. 나는 남자다. 그리고 자발을 일찍부터 알았다.


‘자발스러운 놈’ 고모에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온 동네 사람이 다 나서서 욕을 해 줘야 했다. 어린 조카가 보기에 고모를 화나게 해서, 고모 입에서 이 욕이 나오게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호랭이가 물어갈 놈’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고모가 이 말을 했다는 것은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이다.


고모는 혼자 살았다.

두 딸을 멀리 시집보내고 쓸쓸한 노년을 막내 남동생 가까이 산다고 우리 집 옆으로 오신 것이다. 혼자 사는 고모의 말벗은 주로 내가 했다. 잔심부름부터, 들 일을 할 때도 고모는 나를 대동했다. 그러고는 어린 조카에게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곤 했다. 고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모는 세상 풍파를 헤치고 굳세게 살아남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고모가 싫어하는 사람은 자발떠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남자가 자발스러우면 안 되었다. 자연스레 자발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되었다. 그런데 자발을 떨었나 보다. 그것도 마흔 살이 넘어서.

작가의 이전글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