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 떤 날

2. 찜질방

by 재학

또 하나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흔치 않은 강좌가 개설되었다. 연수원 위치를 보니 서울시 종로구 ○○연수원이었다. 선착순, 직접 접수란다. 이런 문구만큼 이기적인 말이 있을까? 대체 몇 시부터 줄을 서야 하는 거지. 이건 서울 사람들을 위한 연수잖아.(나는 용인에 산다.) 불평할 때가 아니었다. 첫차를 타고 가면 너무 늦을 거야. 전날 가서 연수원 근처에서 잘까? 안되면 연수원 앞에서 노숙을 하지 뭐.


그렇게 해서 전날 막차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걸어서 연수원에 도착했다. 누군가와 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연수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수원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를 조금 넘었다. 잠자리를 찾아 들기도, 그렇다고 계속 연수원 정문 앞에서 서성이기도 어중간한 시간이다. 어떻게 할까? 벌써 연수원 주변을 두 바퀴나 돌았는데. 그러다 문득 찜질방 간판이 있었음이 떠올랐다. 그래 찜질방에서 잠깐만이라도 눈을 붙이고 오자. 찾아 들어간 찜질방은 동네 조그만 목욕탕 수준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서둘러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번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아주 잠깐 누렸나 보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부연 수증기 속에 몇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나처럼 잠깐 쉬었다 가는 사람들이겠지 하고 뒤돌아 보는 순간 내 몸은 자연스럽게 물속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자발 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