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머니가 부끄러운 손자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 몰라, 내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여든은 넘은 것 같은데.”
“그럼 아드님은 몇 살이에요?"
“ 내 아들? 그놈이 글쎄 고생이 많다오. 화물차를 몰고 다니는데 집에도 잘 안 와. ”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나이를 물었는데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끝났다.
윤수 할머니는 정확히 11시 30분이면 창밖에 나타났다. 그리고 뒤 출입문 가운데 뚫려 있는 유리를 통하여 손자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의자에 앉았다. 복도에는 윤수 할머니 전용 의자가 있다. 윤수 할머니는 나이를 83이라고 했다 86이라고 했다 하신다. 80살 넘으신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 해도 나이에 비하여 정정하신 편이다. 할머니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는 나무 지팡이다. 다듬고 매끈하게 칠을 한 지팡이가 아니다. 집 뒤 가까운 산에서 베어 낸 작은 나무로 만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언제 만들었을까. 위아래 껍질이 말라 벗겨진 걸 보면 최근에 만든 것은 아니다. 누가 만들어 줬는지 할머니 손에 쏙 들어가는 굵기다. 끝부분 톱질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톱으로 베어 만들어 준 것이 분명하다.
할머니가 나타나면 13살 손자는 얼굴이 붉어진다.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에 엎드려버린다. 무엇이 윤수를 부끄럽게 하는 것일까. 할머니의 옷차림이 남루한 것도 아니다. 곱게 늙으셨다. 허리도 곧다. 완전한 백발이 아니기에 나이에 비하여 늙어 보이지도 않는다. 많은 손자 손녀들은 할머니가 보이면 달려가 손을 꼭 잡지 않나? 손자가 보고 싶어 가파른 언덕을 뒤뚱거리며 내려오신 할머니가 부끄러운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