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머니 그만 하세요.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다.
한 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은 쫓아가나 보다. 윤수 주변을 맴도는 할머니의 시간이 늘어갔다. 그럴수록 윤수는 도망갔다. 더 이상 윤수가 잡히지 않게 되었을 때 할머니는 윤수를 마음에 담았다. 다시는 잃지 않아야 한다. 죽어도 지켜내야만 한다는 마음이 굳어져 갔다.
집에서도 윤수는 할머니 눈을 벗어 날 수 없었다.
어느 날 세탁실에 붙어 있는 방 창밖에 어른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윤수는 기겁을 했다. 할머니가 세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탁실 쪽으로 나 있는 창을 통하여 윤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아니다. 어서 공부하거라.”
할머니는 허둥지둥 돌아서 나갔다.
할머니의 표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을 윤수 아버지가 알고 나서 한바탕 뒤집어진 것 같다. 아들은 무섭다. 어릴 때 예쁘고 소중하기만 자식이었는데. 성질이 괄괄한 윤수 아버지는 더 무섭다. 무서운 자식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무서운 아버지가 난리를 피운 덕에 윤수는 할머니에게 해방이 되었다.
해방의 기쁨은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윤수가 5학년이 되면서 할머니는 다시 윤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학교 밖 울타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조금 다가갔다. 운동장 가 계단까지 진출했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손자를 잠시도 놓치지 않으려는 매의 눈으로 좇았다. 윤수가 교실로 들어가면 고개가 아프도록 창문을 올려다봤다. 물론 윤수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서였다. 들키지 않았으면 윤수는 얼굴이 붉어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로서는 최대의 인내심으로 멀리서 지켜본 것이다.
1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손자 윤수는 6학년이 되었고 교실도 한 층 올라갔다. 높아진 윤수 교실은 할머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했다. 큰맘 먹고 윤수 교실 가까이 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고개를 들어 교실을 들여다봤다. 손자가 있다. 가운데쯤 앉아서 고개를 바짝 들고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다. 뚫어져라 쳐다보았나 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몰랐다. 오로지 손자 얼굴만 쳐다보느라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할머니에게 쏠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손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나 보다. 갑자기 손자가 고개를 숙인다. 아차 손자에게 들켰구나. 부려 부라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