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 할머니

4. 무동리 친정

by 재학

쉬는 시간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손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손자 친구들이 아는 체를 해 준다. 여자애들은 살갑게 손을 잡아 주기까지 했다. 여기에 와도 되는구나. 그리고 그때부터 할머니는 5층까지 올라 복도에 자리 잡았다.


할머니는 무동리가 친정이라고 했다.

무동리가 어디에 있는 마을 이름인지 모른다. 남부 지방 사투리 속에 그곳 어디쯤일 거라는 짐작 밖에. 할머니는 무동리보다 넒은 행정구역 이름을 모르셨다. 무동리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고개 몇 개인가를 넘어 시집을 가셨단다. 머슴이 몇 사람인가 들어오고 나갈 만큼 살림이 있는 집이었다고 하셨다. 시부모를 모시고 논농사며 집안일을 대차게 하셨단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야기가 멈추었다. 종이컵에 담아 드린 녹차가 다 식어가도록 입을 다무셨다. 그러고는 창밖을 보며 우리 손자 올 때가 되었다고 일어서신다.


“할머니가 여기 계셔야 윤수가 찾아와요. 나가시면 손자가 못 찾아와요.”

복도에서 어렵게 모시고 들어온 할머니를 윤수 수업이 끝날 때까지 모시고 있어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할머니의 말이 멈춘 것 같다. 다시 돌려 보자.


“할머니, 젊었을 때 고생 많이 하셨나 봐요. 그 많은 농사 다 지으시고, 시부모 모시고...”

“고생 많이 했지요.”

“머슴 데리고 시부모 모시고 그 농사 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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