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기억하고 싶은 것
“할아버지는요?”
“할아버지?”
잠시 말이 멈춘 할머니는 아이들 소리가 울려 퍼지는 운동장 너머 하늘을 쳐다본 것 같다.
어쩌면 무동리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말의 홍수가 쏟아졌다.
시집을 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알뜰살뜰 신혼을 보낸 것 같지 않다.
이야기 속에 할머니 혼자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먼 항구도시로 돈을 벌러 가셨단다. 몇 해가 되도록 돌아오시지 않았단다. 그 도시에서 할아버지는 웬 못된 여자하고 살림을 차렸단다. 아들 만인지 딸, 아들인지 둘을 낳고 살더란다. 두 분의 인연을 그렇게 끝났나 보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못된 여자와 항구 도시를 맴돌 뿐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할머니의 기억은 친정 무동리와 다섯 살 무렵의 손자만 남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