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외로운 열일곱
학습지 일도 두 달이 지나고 있다. 계절은 봄으로 바뀌었다. 호기심 가득한 서울 생활이 조금씩 무디어 갔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칠까봐 차라리 걸어 다녔던 조바심도 나아졌다. 사무실 두 친구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기수가 끼어들기 전 둘의 관계는 친구라기보다는 형 동생의 분위기에 가까웠다. 춘호가 형 같았다. 괴산이 고향이라고 했다. 키가 작고 말랐다. 작은 몸매에 당돌하고 말주변이 좋았다. 이천이 고향인 대근이는 뽀얀 얼굴에 몸에 착 달라붙은 청바지를 멋들어지게 입고 다녔다. 눈웃음을 살살거리며 말을 했다. 언제나 춘호 뒤를 졸졸거리며 따라 다녔다. 춘호의 학습지 가방은 물론 아이스크림도 먼저 한 입 먹게 했다. 춘호도 자연스럽게 베어 먹었다. 그들 사이에 기수가 끼어들면서 파동이 일어났다. 사실 기수는 혼자가 좋았다. 골목을 혼자 다녀도 외롭지 않았다. 혼자 걷는 미림천변은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일부러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학습지 가방을 매면 춘호, 대근, 기수 순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때는 춘호가 가운데 섰다. 춘호는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대근이는 그런 춘호에 잘 맞았다. 기수는 혼자여도, 셋이 함께여도 상관없다. 춘호, 대근, 기수 순으로 걸을 때 둘 사이를 일부러 멀어지거나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도 기수라는 존재 자체가 영향을 주나 보다. 사람은 표현하지 않아도 표출되는 기운이 있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가까이 있으면 편한 사람이 있고,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해도, 옷깃이 스치듯 가까이해도 편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춘호와 기수는 긴장감이 없었다. 하루 종일 대화 몇 마디 없어도 서운한 감정 없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있어도 그냥 편했다. 일부러 꾸밀 필요가 없는.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기수의 그런 성격이 그 친구를 끌어 당겼던 것 같다. 그에 비하여 대근이 마음은 기수에게 노출이 되었다. 그 친구는 질투의 한 방법으로 기수를 무시하고, 때로는 밀어내기도 했다.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중학교만 마치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처지가 같은 세 친구는, 한 친구가 외톨이가 되고 싶어도 그렇게 둘 만큼 어리섞지 않았다. 그들은 외로운 열일곱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