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28세)
1990년 새해가 밝았다.
어머니 생신이다.
어제 연옥이와 함께 내려왔다.
장작을 어떻게나 땠는지 아랫목이 탈 지경이다.
작은방에 누워 올해 계획을 적었다.
밝고 명랑한 마음 가득 안고 기원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건강과 행복을!
1990이라는 숫자가 너무나 어이없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스물여덟.
올해 계획을 세웠다.
장가를 간다.
연옥이와 많은 계획을 세웠다.
2학기쯤에 수원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원 진학을 해야겠다.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다.
갈수록 공부가 힘들어진다.
더 늦기 전에 진학하자.
통장 잔고를 쌓아야겠다.
내 카드는 없애고, 필요하면 연옥이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붓글씨 쓰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연말에 작품이 나올 수 있게 하자.
그리고 이건 아주 중요한 것인데,
몸무게를 늘리기로 했다.
지금보다 4~5kg 더.
1990. 1. 1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