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척
셋은 그렇게 지방 개척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인근 마을을 돌아다녔다. 학습지 개척이 잘 되었더라면 기수의 추억은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학습지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예습과 복습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해가 안되는 영업을 하고 다녔다. 형이 사용하고 위로 올라가면 그 아래 동생이 물려 받고 또 그 아래로 물려주는 표준전과도 귀한 시절에 학습지를 보게 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을 팔십 먹은 할머니에게 파는 것보다 현실성 없는 일이었다. 농사가 시작되는 계절이었다. 어쩌다 마주치는 농부들은 그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했지 무언가를 팔고 사는 상대로 보지 않았다. 골목과 논둑길을 걸어 다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기수와 대근이 말고 춘호는 그들이 내팽개쳐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사장에게서 버려졌다. 투자한 것 없는 사장은 그들이 지방에서 학습지를 개척해 오면 고마운 일이고 그러지 못해도 상관없다.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지방까지 보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그 뒤로 두고두고 들었다. 필요 없다면 서울에서 그만 나오라고 해도 되는 일 아닌가? 그런데 사장은 왜 그들을 지방으로 가라고 했을까? 귀찮아서? 그들을 보내고 싹 사라지기 위한 무언가 있어서? 학습지 사업을 지방까지 확대하고 싶은 사업 구상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명쾌한 설명이 안되었다. 어쩌면 춘호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