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28세)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
오전 내 마루에서 누웠다 일어났다심심해서 빨래 잔뜩 해서 널어 놓았다.
마루에 엎드려 방학 계획을 세웠다.
1.몸무게를 늘리는 것.
5kg 이상 늘리자.
2.독서.
몇 권이라고 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읽자.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독서다.
3.대학원 준비를 하자.
영어가 관건이다.
영어 위주로 공부를 하자.
저녁에 남수씨가 왔다.
매실주 한 병과 안주를 가지고 왔다.
마루에 앉아 광주산맥 넘어가는 노을을 보며 술을 마셨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아버지가 하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아버지 말을 들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덩치가 산처럼 큰 남수씨가 울먹이면서 말하는 모습이 작은 아이 같았다.
나도 아버지 말씀 안 듣고 뛰쳐나와 재수를 했고, 결국 다시 제자리라고 말했는데, 크게 위로는 되지 않은 것 같다.
1990. 7. 16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