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흔적

23.춘호와 대근이

by 재학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춘호가 거대한 계획을 세웠다. 학습지 사장이 자신들을 버린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맞닥뜨리는 순간이 더 비참할 것 같아 애써 외면했던 사실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학습지 시장을 개척하자.

‘배운 대로 풀어 먹는 것이 이런 것인가?’

다음 날부터 기수와 친구들은 학습지가 든 가방을 매고 산골 마을을 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학습지라고 해 봐야 날짜가 한참이나 지난 기수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 전부였다. 서너 집으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산골 마을에 학습지를 볼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설령 신청한다 해도 배달해 줄 수 있지? 거기에 대한 대책은 없다. 더 이상 민박집에 쳐박혀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 사실은 춘호와 대근이 싸움을 한 것이다. 그날도 기수는 계곡 모래밭을 더 올라갈 수 없을 만큼 걷고 돌아오니 두 친구의 표정이 어두웠다. 대근이 얼굴 눈두덩이 퍼렇고 춘호도 입이 터져 있었다. 주먹이 오고 간 것이다.

‘야무지게 덤볐군.’

샌님 대근이가 춘호에게 덤빌 정도면 이곳에 더 머무르면 안된다.

두 번째 지방 학습지 개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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