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제비 똥
셋은 그날 밤부터 담뱃잎을 엮기 시작했다. 먹여 주고 재워주는 조건이 전부였다. 춘호와 대근이는 밭에서 담배를 져 나르고, 기수는 엮는 것을 도우는 일이었다. 짚에 물을 뿌려 가져다주고, 엮기 편하게 쌓아 주고, 엮은 잎을 마당 가 흙담 창고로 나르는 일이다. 알맞은 역할이었다. 몇 번의 심부름 후 멍석 귀퉁이에 앉아 쉬고 있으면 비척거리는 지게가 보였다. 춘호와 대근이 다른 사람의 절반만큼 지고 나타났다. 멋쩍게 웃고 있는 기수에게 눈을 흘기며 잎을 부려 놓고 돌아서 나갔다. 두 친구가 언제 지게를 져 봤을까. 특히 대근이는 더 안쓰러웠다. 어둠이 몰려와 마당에 꼬마전구를 켤 시간이면 주인아주머니는 마루에 세 일꾼을 위한 저녁상을 차려 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셋은 엉덩이만 붙이면 더 이상 공간이 없는 마루에 앉아 각자 하나씩 배당된 그릇에 얼굴을 쳐박았다. 수제비 한 그릇, 옥수수 한 자루, 찐 감자 한 개씩이었다. 어둠을 가까스로 밀어내는 꼬마전구 불빛 아래 정신없이 먹었다. 그릇째 붓던 춘호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어? 수제비에 멸치도 들어 있네.”
그릇 바닥에 남은 까만 덩어리가 멸치 똥인줄 알았다. 한동안은…
마루 위 천정에 두 가닥의 전깃줄이 있고, 전깃줄에 앉은 새끼제비는 시원한 배설과 휴식을 취하고서 처마끝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비가 남긴 흔적이 세 그릇 수제비 속으로 숨어들었다. 때로 앎은 고민과 고통을 준다.
아마 일주일 정도 담배 일을 했던 것 같다. 학습지 생각이 났냐고? 문득 문득 떠오르기는 했다. 학습지 개척이 아니라 가방 속에 학습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담배 수확도 마무리되고 더이상 일꾼이 필요 없게 되었다. 주인 내외는 단 한 푼의 삯도 주지 않고 밭으로 갔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인정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눈이 작은 아주머니는 수제비값을 톡톡히 받아 내겠다는 의지가 역력하게 일을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