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점촌
셋은 그렇게 담배 가득했던 마을을 떠나 학습지 개척을 계속했다. 정해진 곳은 없다. 길이 나 있는 대로 걸었다. 기수는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자신의 인생에서 무전여행을 했노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산길을 걸었던 때라고 말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 속리산국립공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정해진 목표 없이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산길 연속이었다. 이제는 어느 곳에서 저녁을 맞더라도 겁나지 않았다. 하룻밤 재워주라고 말하는 것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감자도 캐고, 옥수수도 따 주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순박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산길 끄트머리에 점촌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도시를 들어서자 철도가 보이고 시꺼먼 석탄이 가득 실려 있었다. 신기했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길다란 석탄 차를 하나하나 세면서 걸었다.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걷는 것이다. 30분도 안되어 시내를 통과했다. 포장도로가 산을 돌아 사라졌다. 가끔씩 스쳐 가는 자동차 꽁무니를 바라보는 것도 멋적었다. 산자락 길에 접어들었다. 임도다.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고, 산림을 관리할 목적으로 낸 길이라 거칠다. 움푹 파인 바퀴 자국을 따라 흙이 드러나고, 가운데가 솟아 풀이 무성했다. 한참을 걸어도 사람 하나 만나지 못했다. 산 새 지저귀는 길을 말 없이 걸었다. 무성히 자란 풀을 밟으며 가는 춘호 서너 발자국 뒤에 대근이 따르고, 그 옆 바퀴자국으로 다져진 길을 기수가 걸었다. 떠벌이 춘호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여행이 끝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