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미련
스무 살 기수는 대학생이 되었다.
검정고시로 또래보다 1년 앞당겨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고 하는데 입시 공부 두 달 만에 합격 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학이 목표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자식 중 하나는 면사무소에 있으면 좋겠다.”
못할 게 뭐 있나? 8월에 검정고시 합격 통지서를 받고 바로 9급 행정직 수험서를 들었다. 과목도 적었다. 내키지 않았으나 어머니 말씀을 거역할 만큼은 아니었다. 주경야독의 시간이 연장되었을 뿐이다. 중학교 친구가 자신이 일하던 수석 가게를 소개해 주었다. 구둣방으로 옮긴다면서 기수에게 일하지 않겠냐고 했다. 마디카라는 나무를 깍아 수석 받침대를 만드는 가게였다. 사장이 깍아 준 좌대를 사포로 갈아내고 칠을 하고, 돌에 콩기름을 바르고, 나무 부스러기 뒤처리를 하는 단순한 일이었다. 월급 5만원에 점심을 준다고 했다. 친구는 그렇게 기수를 인계하고 가버렸다. 멀뚱히 서 있는 기수에게 사장이 가장 먼저 시킨 일이 수십 개나 쌓여 있는 좌대를 갈아 내라고 했다. 가게 앞에 앉아 수도 없이 사포질을 했다. 사포를 문지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 그들은 하얗게 먼지가 일어나는 기수를 피해 돌아갔다. 조금 창피했다. 그렇다고 가게 안에서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가게는 할 일 없는(?) 사장님들이 드나들었다. (가게에 오는 아저씨들은 모두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수몰되기 전에 남한강에서 캐 왔다는 돌이 100만원에 팔았다고 자랑을 했다. 돌을 앞에 놓고 산수가 다 들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제석산 돌은 서로 부딪치면 쨍하고 쇠울림 소리가 났다. 어떤 사장님은 섬진강 호피석이라고 콩기름을 열심히 발라댔다. 돌맹이를 돈을 들여 사고 팔았다. 돈 버는 게 별게 아니었다. 일요일이면 친구를 꼬드겨 가까운 하천으로 돌아다녔다. 주워온 돌을 사장님은 똥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