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pinion 수필

불회귀선

(일신일신우일신)

by S 재학

-세계 지도를 보며 글을 읽으면 이해가 빠르고 재미있다.-


옛날, 14세기 무렵 유럽 사람들이 동양항로를 개척할 때의 이야기다.

(당연히 서양의 시각이 들어 가 있다.)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내려 가야 한다.

해안은 깍아지른 절벽으로 변변한 항구도 없을 뿐더러, 파도는 거칠었다.

출발한 배는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아프리카 남단까지 가야 했다.


세계지도를 보자.

'희망봉'이라는 지명이 보인다.

옆에 케이프타운이라고도 써있다.

더 이상 거친 파도가 없다 해서,

여기까지 오면 안전하다고 해서

이제부터는 미지의 세계라 해서 희망봉이라 불렀다는 말도 있다.


거기까지는 유럽사람들의 해도에 잘 나타나 있는 익숙한 길이었다.

하지만 희망봉을 넘어서는 미지의 세계였다.

즉, 희망봉을 넘어서면 이제는 돌아 오지 못할 길을 향하여 가는 것을 의미한다.


돌아 올 수 없는 선을 넘는 것!

'불회귀선'이라고 표현해 보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되돌아 올 수 없는,

불회귀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있을까?

부모님을 만난 것,

결혼,

살던 곳을 옮기는 경우,

새로운 직장,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경우 등등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불회귀선'은...

더 나은,

발전한,

성숙한,

나아가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 하루 또 하나의 불회귀선을 넘는다.

더 나은,

성숙한,

발전하는 선을 넘는 것이다.


지나간 오늘은,

이번 주는,

이 달, 올해는 다시 오지 않는 불회귀선이다.


나는 일기로 불회귀선을 긋는다.


오늘도 희망봉을 힘차게 돌아 보자.


(2008년인지 2009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후곡성당에서 장순관 파트리치오 신부님이 교중 미사 강론 중 불회귀선을 빗대어 말씀하셨다. 하루하루 쫓기듯,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살아가던 40대 초, 나는 불회귀선을 어떻게 맞닥뜨리고 있나 하는 물음과 울림이 있어 가슴에 새겨 두었다. 당시 신부님이 전하고자 했던 의미와 다를 수 있지만, 난 이렇게 해석하고 나에게 적용했다.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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