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

(아빠 33세)

by 재학

늦은 아침을 먹고 온천으로 출발했다.

화성 세화 호텔.

25km.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고,

씻을 수록 몸이 매끄러운 것도 좋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 온천하나로 북적거린다.


구불구불 논길을 따라,

야트막한 고개를 넘고,

언덕배기에 덩그러니 붉은 호텔 하나 있다.


바로 옆에는

엊그제까지 사람이 살았을 농가 한 채가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튕겨주는 흙먼지를 둘러쓰고

아직은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앞에,

온통 얼굴이 발그레 한 인간들이

꾸역꾸역 김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젖소들이 무심히 쳐다본다.

재미있는 모습이다.


인간들이 기를 쓰고 몸을 문지른다.

조용히 탕 속에 들어갔다 조용히 나오면 오죽 좋을까.

넉넉하고 여유롭게 살 줄 아는 양반은 진즉 사라졌다.


점심 잘 먹고 돌아왔다.

사실은 경포대를 갈 예정이었는데 화성을 갔다.


1995. 1. 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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