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쟁이동굴
계곡 입구는 한산했다. 관광버스 한 대와 몇 대의 승용차가 주차장 그늘을 찾아 드문드문 서 있을 뿐이다. 배낭을 챙겨 내렸다.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신선이 놀다 간 계곡이라 해서 선유동 계곡이라 부른단다. 서너명은 내리자마자 앞서간다. 멤버가 정해져 있다. 그들은 차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그 뒤로 느릿느릿 내려 서성이는 사람들이 모여 선다. 여기저기 서로 부르며 탐색을 한다. 산에 오르는 것보다 계곡에 발 담그고 술이나 마시자고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 사람들 꼭 있다. 그리고 기수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해당하는, 서두르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여기저기 흩어져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멀어져 간다. 계곡을 벗어나자마자 가파른 길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왜 대부분의 산은 출발부터 급경사인지. 겨우 30여 분 지났는데 땀이 쏟아진다. 오를수록 전망이 좋았다. 계곡 주변이 탁 틔인다. 바위가 많은 산이다. 바위 사이로 키 작은 소나무들이 많다. 사철 푸른 소나무 때문에 바위가 가려지나 보다.
“형님, 오길 잘했죠?”
“음, 괜찮은데.”
두 시간을 올랐다. 도착한 앞 팀이 과일이며 오이를 꺼내 놓고 기다린다. 기수도 오이 하나를 집어 들고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았다. 겹겹이 둘러싼 산 사이로 구불구불 입구가 이어진다. 마침 고향이 이곳인 친구가 주변을 설명해 준다.
“저 산 너머 아스라이 보이는 봉우리가 문장대고, 오른쪽 봉우리 아래가 화양계곡이야.”
어렸을 때 이 계곡이며, 저 산 아래로 소풍을 다녔단다. 여기에서 조금만 가면 쟁이동굴이 있다는 말도 했다.
‘쟁이동굴? 바위가 많은 산이라 동굴도 있겠지.’
정상에서 반대쪽으로 돌아가니 절벽이 나왔다. 절벽을 따라 난간처럼 길이 있다. 게걸음으로 가로질러 갔다. 발아래 잘 자란 상수리나무가 숲의 바다를 이루었다. 계곡에서 올려다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다. 절벽 끝은 뜻밖에 평평한 바위가 있다. 서너 명이 앉기 알맞은 크기이다. 넓은바위 뒤로 시꺼먼 구멍이 보인다. 친구가 말한 쟁이동굴인가 보다. 허리를 굽혀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 안쪽에 촛불을 켠 흔적과 성모상이 놓여 있다. 친구를 불렀다.
“이 동굴에 대해서 아나?”
“그럼, 쟁이동굴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어렸을 때 여기서 짓궂은 장난 많이 했지. 서리한 것 가져와 먹고, 고등학교 때 여자애들이랑 술 병나발 불며 놀았지. 하하”
“왜 쟁이동굴이라고 부르나?”
“옛날 천주교가 들어오기 시작하던 때 서양 신부를 따라 왔던 어린 복사가 있었는데, 신부는 잡혀가고 복사는 도망쳐 여기 동굴에 숨어 살았다고 해서 코쟁이, 쟁이동굴이라고 부른다지?”
“서양 신부가 여기까지 왔나?”
“저 봉우리 아래가 성지야.”
그러면서 동쪽 산 아래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