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성지
깊은 산골인 이 고장은 외부에서 쉽게 찾아 들어 올 수 없었다. 숨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모여들었다.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며 화전도 일구고 옹기도 구우며 살았다. 구운 옹기를 지고 나가 팔았다. 옹기 속에는 다른 곳에 사는 신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신부님의 물건도 들어 있고, 때로는 이웃 마을 소식을 가져오기도 했다. 구한말 외래 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해졌다. 신자들은 더욱 조심스러웠 더 깊이 숨어들었다. 갈수록 박해가 심해졌다. 중국에 와 있는 서양 신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움의 편지를 멀리까지 옹기에 감춰 갈 수는 없었다. 옷 속에 꿰매어 가다 발각이 되었다. 탄압의 손길은 매서웠다. 산속까지 이 잡듯이 뒤져 나갔다. 마을로 들이 닥친 관군을 피해 산으로 도망쳤다. 그중에 소년도 있었다. 소년은 신부님이 프랑스 작은 성당에 있을 때부터 복사로 함께 했던 아이다. 조선 사람의 눈에는 종으로 보였나 보다. 노랑머리가 곱슬거리는, 주근깨 투성이의 소년은 조선의 신자들과 신부님 사이의 심부름을 눈치 있게 처리했다. 하루가 다르게 조선말도 늘어 갔다.
탄압의 추적을 피해 산비탈 아래 토굴을 팠다. 신부님은 토굴로 숨어들었다. 누군가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한 그곳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마을 신자들은 믿을 수 있다. 그들은 천주님의 영광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다. 관군이 마을을 덮칠 때 소년은 이웃 마을에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마을 어귀를 돌아서는데 방망이를 휘두르며 골목길을 달리는 포졸들의 모습이 보였다. 산으로 도망쳤다. 정신을 차리자 신부님 생각이 들었다. 토굴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골목의 비명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사정없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머리가 깨지고 어깨가 무너져 내린 신자들이 질질 끌려갔다. 신부님이 숨어 있는 토굴 쪽으로 눈을 돌렸다. 관군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토굴을 덮고 있는 거적대기를 뜯어냈다. 누군가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발걸음이다. 관군과 뒤엉켜 신부님이 나타났다. 끌려 나오는 것인지 걸어 나오는 것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잠시 엉덩이가 주춤했다. 그러나 일어서지 않았다. 입에서 성모마리아님, 성모마리아님만 기계처럼 나왔다.
‘신부님은 무사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