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소년 소녀를 만나다
맨발인 신부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토굴 앞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본 듯 하다. 눈물 때문에 신부님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다. 쫓아가지 못하는 나약함에 대한 눈물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프랑스를 떠날 때, 복사 서약할 때, 신부님 곁을 떠나면 안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주변이 깜깜하다는 것을 알았다. 불빛 하나 없는 마을은 작은 무덤이 점점이 엎드려 있는 것 같다. 두려움만큼 무서운 것이 허기인가 보다. 허기가 몸을 일으켰다. 산을 내려 왔다. 마을은 인기척이 없다. 골목을 배회하는 강아지 몇 마리와 횃대 위로 올라간 닭이 움찔하며 사람의 접근을 알아챌 뿐이다. 자주 드나들던 교우의 집 헛간으로 숨어 들었다. 허기와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짚더미 속으로 파고 들어 잠이 들었다. 아침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햇살에 눈을 떴다. 공포와 불안은 여전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흠칫하며 주변을 둘러 봤다. 공포는 다리 힘부터 빼앗나 보다. 휘청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주저 앉은 설겅 아래 밥 덩어리가 보였다. 보리밥이다. 씹을 틈도 없이 삼켰다. 어제부터 물 한 모금 못 마셨다. 바스락 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누군가 주시하는 느낌을 허기가 막아 버렸다. 아까부터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 마당에 팽개쳐진 물건 중 하나를 밟았나 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 속의 밥이 걸려 컥소리가 나려는 것을 틀어 막았다. 공포 가득찬 눈으로 돌아섰다. 소년의 목에서 꺼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이 허물어졌다. 부엌 문을 막고 사람이 서 있다. 소년의 입에서 신음인지 울음인지가 날 때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소녀가 손을 내밀때까지 소년은 구분이 어려운 소리를 내며 앉아있었다. 소녀가 서 있다. 소년도 아는 얼굴이다. 눈이 순한 박교우네 딸이다. 안심 뒤에 허기가 되돌아 왔다. 소년은 들고 있는 바가지를 내밀었다. 소녀도 배가 고팠나보다. 둘은 바가지를 사이에 놓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