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읽을
언제부터인가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그날도 눈 따로 생각 따로 리모콘을 만지고 있었다.
넷플릭스도 시큰둥,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EBS에서 다큐를 한다.
'길 위의 인생'
볼 때마다 아, 저런 삶도 있구나 하곤 했다.
나무와 두 남자
중국 허베이성 시골이 배경이다.
한 사람은 어릴 때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고,
다른 사람은 채석장에서 일하다 폭파 파편에 눈을 잃었다.
눈을 잃은 사람은 팔이 없는 남자의 옷 깃을 잡고 다니고,
팔을 잃은 남자는 눈을 잃은 남자를 업고 강을 건넌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 저 돌산을 푸른 숲으로 만들자.
묘목 살 돈이 없어 다른 나무의 가지를 잘라 심는다.
눈없는 남자가 팔없는 남자를 밟고 올라가 가지를 잘라 내린다.
팔 없는 남자는 양동이를 입에 물고 물을 길러 온다.
그렇게 첫 해에 8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두 그루가 살아 남았다.
15년이 지난 후 만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일을 마치고 언덕에 앉아 말한다.
'쟈하이사, 여기에 소나무와 복숭아 나무를 심자. 그러면 내년 봄에 예쁜 복숭아 꽃을 볼 수 있잖아.'
팔 없는 남자는 쟈원치,
눈을 잃은 남자는 쟈하이사다.
쟈원치는 쟈하이사를 형이라 부른다.
쟈하이사가 한 살 많다.
55살이다.
두 남자는 말한다.
'방법은 항상 고난보다 많습니다.'
다큐를 보고 나서 잠시
생각이 멈추었다.
두 사람 이야기를 뭐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긍정?
희망?
인간승리?
장애극복?
아~ 또 이런다.
아름다움을 재단하려는,
무언가에 이름표를 붙이려는 나는
쟈원치가, 쟈하이사가 가르쳐 주는 것을 놓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