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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Dec 20. 2023

정말 난감한 것

나도 모르게...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고나.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

장명등이 깜빡이는 주막집에서.

어이해서 못 잊느냐 망향초 신세

오늘 밤도 불러본다 어머님의 노래

-비내리는 고모령-

     

해질녘 술 한잔 걸치신 아버지가 하천둑 걸어 오며 불렀던 노래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가락 어느 중간 끊어졌다 살아났다.

이제와 불러 보니(이 노래?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ㅠㅠ), 목이 메일 때 그 부분이 아버지처럼 되었다.     

아버지는 눈물의 노래를 부르셨다.

     

어머니 연세 88.

30년째 혼자 계신다. 논으로 밭으로 달음질치던 발걸음도,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도 점점 누그러져 간다. 대신 ‘예전 같지 않은’ 전화가 늘었다.

 ‘무릎 약이 잘 안 듣는다.’

 ‘어지럼 약 쓸모가 없다.’

 ‘요새 통 소화가 안된다.’

  .

  .

  .     


자식 환갑이 넘었어요.

몸 여기 저기서 신호를 보내요.

내 맘대로 되는 직장 아니예요.

뜨끈뜨끈한 아랫목 찾아 들고 싶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요. ㅠㅠ 


     

짐은 나눠 져라고?

누구와 나눠야 하나?

나누면 더 큰 짐이 된다.

우울한 감정은 전염된다.

굳이 전염시킬 필요 없다! 

    

매일 점심 먹고 전화를 드렸다.(지금은 1주일에 한 두 번이다.)

특별한 용건은 없다. 날씨, 동네 이런저런 이야기, 동생, 손자 손녀 소식 등등.

그러다 지난 가을, 일이 터졌다. 동네 명진 양반이랑 사이가 틀어지셨다. 밭 경계를 두고 벌어진 일이다. 예전 같으면 그러지 않으셨다. 조곤조곤, 조용히 해결하셨다. 양보도 하시고, 타협도 하셨다.

전혀 아니었다.

사생결단을 하고 싸우시나 보다. 

명진 아재가 몇 번인가 전화를 하셨다. 

 ‘자네 어머니 때문에 죽겠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식이 퍼부어주지 않는다고, 그렇게 물러 터져서 어디다 써먹을 거냐고. ㅠㅠ

      

통화를 하고 나면 우울해진다.

가족과 관련된 일은 이성이 사라진다.


     

난감하다. 정말 정말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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