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수록 좋은 경험
살면서 난감한 경우 얼마나 겪었나요?
‘얼마나’라고 하니 짐작하셨겠지요. 대부분 여러 번의 경험이 있을 것을 짐작하고 말하는 겁니다.
난감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견뎌 내거나 감당하기 어렵다.
비슷한 말로 난처하다. 곤란하다가 있습니다.
주로 처신하기 어려울 때 난처하다, 사정이 어려울 때 곤란하다를 사용합니다.
즉, 상황은 난감하다로 표현하네요.
참으로 난감한 적이 있었답니다.
머리 올린다고 하지요? 골프.
골프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대세에 밀려 입문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골프채 잡은 기간에 비하여 실력은 영 형편없습니다. 20여 년 다 되어 가지요? 1달 하고 11달 쉬는 것도 연수로 치면 말입니다. 더군다나 저희 직장이 접대니 친목이니 하는 것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혼자 놀아도 아무 불편이 없어요. 대신 퇴근 후 (주로 씹고 뜯고 하는) 술친구만 늘어 갑니다. 그러니 선물로 받은 골프 가방이 삭아 갈 때까지 갖고 있다 어느날 장식품으로 꺼내 놨는데,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또다시 시작, 이번엔 두 달 하고 열 달 쉬기를 몇 년, 그렇게 하다 보니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구력이 엄청납니다!
그러다 코로나 직전 가까운 곳에 야외 연습장이 생겼고, 유행처럼 너도나도 골프채를 휘두르는 거예요.
아~ 집에 골프 가방 있지? 하면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는 몸치입니다.
골프라고 잘할 리 없지요. 함께 시작한 와이프는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다네요?
허리, 목, 손목, 등 통증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원~
나이 먹어서 혼자 하는 운동 하나, 어울려 하는 운동 하나 있어야 한다는 협박에 시작은 했지만...
연습장 갈 때마다 고역이었습니다.
마침 코로나가 왔고, 골프에서 해방되었어요.
3년 안되어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분위기가 싹 바뀌데요.
술자리? 요즘도 그런 것 하나라고 하잖아요.
허구 한날 뒷산, 호수공원만 갈 수도 없고.
사실 옆집 양사장 트렁크에서 골프 가방 꺼내는 모습 은근 부러울 때도 있었답니다. 거기에 일취월장 하는 와이프의 실력도 부럽고 해서 또 자연스럽게 골프채를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요.
‘다음 주 토요일 골프 예약 했어.~’
‘어?...응... 누구랑?’
‘정기네랑!’
‘아...’
소위 머리를 올려준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용어 이상합니다!!)
첫 라운딩이 어땠을지, 공이 15개쯤 사라졌다고 말 안해도 알 겁니다.
하지만 즐거웠어요. 공이야 제멋대로 사라져도 재미는 있데요.
아~ 이래서 골프 골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오후 5시에 시작해 11시 다 되어 끝났습니다.
은근히 땀 많이 흘렸고요. 집까지 2시간 거리, 땀을 씻어야 할 것 같아 샤워를 하고 가자했어요.
(친구는 가까이 살아 바로 갔습니다.)
밤 11시, 직원 한 분, 우리처럼 늦게 끝난 한 두 사람, 샤워장이 조용해서 좋더군요. 이제와 말이지만 조금 무서웠답니다.
옷장 열쇠가 편리했어요.
내가 설정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되는.
씻고 나오니 남은 딱 한 사람은 벌써 옷을 다 입었어요.
나도 부지런히 물기를 닦고 사물함을 열었지요.
???
안되요.
분명 내가 만든 비밀번호로 잠궜는데.
어어어?
다시 또 또...
수건 하나로 가린 몸이 떨려 오는 거예요.
더구나 밖에 직원분 여자였어요.
막 나가는 그 한 사람에게 애처로운 눈길을 보냈습니다.
‘저...사물함이 안 열려요. 밖에 직원 분에게 보조키라든가 그런 것 좀 받아 주실 수 있나요?’
갸날픈 몸매의 아저씨가 수건 한 장 부여 잡고 애원하는 모습이 안되 보였을거예요.
카운터 가서 보조키 받아다 주네요.
직원이 밖에서 던져주는 불상사는 피했습니다.
밤 12시, 처음 간 곳, 나 홀로...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사람 슝 가버렸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요즘은 숙소 앞 연습장에서 아침 저녁으로 40분 정도, 7번 아이언 가볍게 휘두르는 연습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