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흔적

44.이별

by 재학

소녀는 발걸음이 급했다. 벌써 사흘째 굶었다. 소년은 소녀가 돌아올 때까지 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짚신 사이로 빠져나온 소녀의 발가락은 나무껍질처럼 거칠었다. 열여덟 소녀의 발이라고 할 수 없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발을 밤새 안고 잤다. 배에서 더 이상 꼬르륵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소녀가 산을 내려 갔다 온다고 했을 때 소년은 가지 말라고 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가슴을 휩쓸었다. 그동안의 불안하고는 달랐다. 소녀는 소년의 두 손을 가슴에 안으며 말했다.

“배가 고파서 그래. 무언가를 먹으면 괜찮아 질거야.”

막연한 불안이기를 바라며 소녀의 손을 놓았다. 소녀의 말이 맞기를 바랐다.

“빨리 와야 해.”

소녀는 가냘픈 웃음을 남기며 돌아섰다. 산을 내려 가고 소녀의 체온이 남아 있는 덤불 속에서 작은 다람쥐처럼 웅크렸다. 소녀가 올 때까지 이렇게 있을 것이다. 작은 솔바람 소리에도 몸이 굳어진다.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상하다. 이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랜 시간 산속 생활이 주는 감정일까? 소녀가 떠난 이틀째 밤이다. 소녀는 사흘이면 돌아온다. 하룻밤만 지나면 소녀가 온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잠들지 못한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멈췄다. 빨리 온 걸까? 이틀 밤을 지샌 소년은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눈앞에 소녀가 와 있다. 벌써 왔나? 마중하지 못해 미안하다. 소녀를 맞을 때는 언제나 가슴이 아리다. 오늘 밤 소녀는 왜 이렇게 크지? 소녀는 돌아오면 웅크리고 잠든 소년의 볼을 어루만지며 깨웠다.

거친 팔이 소년의 목덜미를 움켜 쥐었다. 본능적으로 돌아서는 소년의 옆구리에 발길질이 이어졌다. 숨이 막히며 허리가 꺾였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길게 울리는 호적소리를 들으며 소년의 몸이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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