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적소리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짓밟힌 마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혼돈의 시기다. 생존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희생자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을이 그렇게 되었다. 철저히 밟아야 한다.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것을 인근에서 알고 있다. 버려진 마을에 누군가 다녀간 자취를 알아챘다. 인근 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관에 고발하면 두둑한 보상이 나왔다. 텃밭과 집에 사람이 들락거린 흔적을 찾았다. 먹잇감, 소녀가 걸려들었다. 오늘도 소녀는 부지런히 보따리를 만들었다. 머리가 버틸 수 있을 만큼 얹었다. 보따리가 늘어져 눈 앞을 가렸지만 발걸음은 느리지 않았다. 소년이 사흘째 굶고 있다. 허기와 서두름은 주위력을 떨어뜨린다. 누군가 뒤를 밟는 것을 몰랐다. 소녀가 산을 내려 오면서 한 무리의 날랜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또 다른 무리는 소녀의 뒤를 밟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소녀가 계곡을 벗어 날 때 산 정상에서 날카로운 호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 호적 소리는 임무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들은 산 아래 바위틈과 계곡 사이에 그림자처럼 숨어 기다렸다. 그리고 산짐승보다 더 조용히 소녀의 뒤를 밟아 동굴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림자들은 소녀까지 데려 가고 싶지는 않다. 어린 여자아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몇 푼에 주막에 파는 것밖에 없다.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