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조
복장이 말쑥한 남자가 다가온다. 여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이 아니다. 이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헐렁한 추리닝과 점퍼를 입는다. 남자는 깔끔한 면바지에 셔츠를 받쳐 입었다. 잘 닦인 황토색 컴포트화가 반짝인다. 출근하는 모습치곤 한가히 걷는다. 남자의 발걸음은 곧바른 듯 아닌 듯 규칙성이 없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다가오면 빠르게 걷다가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뒤돌아 확인을 하고 걸음을 늦춘다. 정해진 목표가 없는 발걸음이다. 그걸 감추고 싶은 느낌이 역력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이 길바닥을 향하여 있다. 표정을 알 수 없다.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보다 젊어 보인다. 걸음이 빠르다. 출근이 급한가 보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가능하면 떨어져 교차하고 싶은가 보다. 말쑥한 차림이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비켜선다. 젊은 남자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흰색 이어폰 줄이 남자의 짙은 상의에 선명하다. 허리가 곧다. 똑바로 앞만 보고 온다. 마주치는 남자는 젊은 남자와 교차할 때 슬쩍 고개가 들린다. 멀리서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던 남자가 교차할 때는 고개를 쳐드는 행동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어폰 남자는 그대로 멀어져 간다. 그 남자는 젊은 남자의 어디를 보았을까?
작은 배낭을 짊어진 여자가 샛길로 빠져 올라간다. 이 산은 나무로 계단을 만든 길과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여자는 다져진 길을 택했다.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을 무시한다. 지켜봐야겠다. 이 산에서 배낭 차림은 흔치 않다. 곧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표지판 대신 가로막는 줄을 설치하라고 해야겠다.
멀리서 두 사람이 다가온다. 실루엣이 흐릿하다. 기다려 보자. 여자다. 한 사람은 까만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었고, 다른 사람은 맨살이 드러난 반바지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다. 시선이 간다. 운동화에 나이키 표식이 선명하다. 입고 있는 운동복과 맞췄다. 경보 선수 같다. 남들이 한 바퀴 돌 때 저 여자들은 두 바퀴를 돌고도 남을 만한 속도다. 맨 허벅지의 여자는 키가 크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몸매가 뚜렷하다. 자신감 가득한 걸음걸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덮었다. 코가 뽀쪽하게 솟아 오른 마스크다. 만화 주인공 딱따구리 같다. 키 큰 여자 곁에 까만 스타킹의 여자가 뛰듯이 따라간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키가 작다. 보조를 맞추려면 뛸 수밖에 없겠다. 성큼성큼과 종종 조이. 눈 아래를 지나쳐 간다. 바쁜 다리만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다. 손과 입이 부지런히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