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팔달산

3.반려견

by 재학

관리 센터 P-3-051 (2020.3.18. Fri. AM 8:12)


가로수 사이로 한 사람이 보인다. 그 할머니다. 일부러 천천히 걷는 건지,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건지 언뜻 판단이 안 선다. 가까이 당겨 본다. 걷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다. 뒤뚱거린다. 오른쪽, 왼쪽 적당히 기울어졌다 복원한다. 빨리 걸을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몇 걸음 걷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오늘도 같은 옷차림이다. 시장에서 샀음직한 빨간 원색 바지와 점퍼를 입었다. 언제나 그 복장이라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신발이 할머니와 어울리지 않는다. 옆으로 까만 줄이 세 개 있는 운동화다. 10대 손자나 손녀가 신다가 싫증 나 팽개쳐 둔 것을 신었을까. 삼색줄 운동화가 할머니를 젊게 해 주는 대신 오히려 이상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허리에 손을 걸치고 똑바로 서려 한다. 오른쪽으로 10도 기울어져 있다. 할머니는 다리 힘도 없지만 허리도 안 좋아 보인다. 오른손에 들린 까만 비닐봉지가 하염없이 흔들린다. 봉지의 흔들림이 멈추면 할머니는 다시 걷는다. 오른쪽 왼쪽 균형을 맞추어 흔들며 걷는다. 어디를 보며 걷는지는 모르겠다. 할머니 눈을 확인하기에는 고개가 너무 기울어져 있다. 이 길을 가장 천천히 걷는 사람이 천천히 지나간다.


작은 강아지와 함께 한 여자가 나타났다. 강아지가 주먹만 하다고 말하면 화를 낼 것 같다. 여자 뒤를 따라 종종거리며 걷다 풀숲을 만나면 코를 박고 헤집는다. 여자의 발걸음이 강아지에 맞춰 멈춰준다. 길가에 배설하는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시민들은 강력한 벌금을 물려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봐야겠다. 시선을 당겨 본다. 강아지가 배설하는 것이 아니다. 제자리를 뱅글뱅글 돈다. 이상하다. 기다려 보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다. 앞 다리 중 하나가 구부러져 있다. 몹시 힘들어 보인다. 사람이라면 80살은 넘었을 나이다. 조금 전 지나간 할머니보다 더 성치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목줄을 잡고 있는 여자의 상태도 강아지와 같아 보인다. 강아지에게 시선을 뺏겨 여자를 잠시 놓쳤다. 여자는 사람들이 지나가기 편하게 길가에 바짝 붙어 서서 강아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본다. 비틀비틀 쓰러질 것처럼 강아지는 풀숲에 코를 비벼 댄다. 강아지의 시력이 의심스럽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막다시피 다가온다. 여자가 강아지를 안아 든다. 강아지와 여자가 정상이 아님을 아는 걸까. 그중 몇 사람은 뒤돌아 본다. 저렇게 확인을 해야 하나. 아침 햇살 역광 속에 여자와 강아지가 한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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