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침
관리 센터 P-3-050 (2020. 3. 16. Wen. AM 7:47)
동쪽으로 8km 밖은 낮은 산으로 용인과 경계를 이룬다. 낮은 어둠을 밀어내며 해가 떠오른다. 몇 년 전만 해도 더 멀리에서, 석성산쯤에서 아침 해가 솟아올랐으나 지난 몇 년 사이에 그 산을 가릴 만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둥그런 산등성이를 넘어오던 해가 직사각형 아파트 사이로 떠올랐다. 햇살을 등지고 자동차들이 도시로 들어선다. 잠깐 사이에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시내버스도 많은 사람을 싣고 온다. 남문 정류장에서 내린 사람 중 일부는 남창 초등학교 정문 옆 계단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을 오르는 계단이다. 50대, 옷차림이 비슷한 남자 다섯이 계단에 올라선다. 까만 바지에 등산용 운동화를 신었다. 산 너머 관공서 직원들 같다. 이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대부분 산을 돌아 수원역으로 간다. 남문 정류장에서 다섯 정류장을 더 가면 도청이다. 미리 내려 이렇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계단 중간 참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뒤돌아선다.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남자들 뒤로 긴 그림자가 생긴다. 왼쪽 아래 행궁 지붕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온다. 아침 햇살이 이슬을 걷는 것이다. 행궁과 초등학교 사잇길에 자전거가 나타난다. 행궁 기와만큼 회색의 옷을 입은 남자가 작은 아이를 태우고 있다. 아버지라고 보기에는 너무 늙고, 할아버지라고 하기는 젊은 사람이다. 아이가 자전거 뒷바퀴를 고정하려 가로지르며 튀어나온 곳을 솜씨 좋게 밟고 서 타고 간다. 대부분은 뒷자리에 태워야 맞는데. 이 모습은 낯설다. 외국 영화에서 이렇게 타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뒤를 20년은 탔을 소형 자동차가 슬금슬금 따라간다.
계단을 오른 남자들은 오른쪽 도로로 사라졌다.
남자들이 사라진 쪽에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교복을 입었다. 화장이 진하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람이 나타나면 힐끔 고개를 들어 비켜설 뿐 눈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있다. 아이가 골목을 돌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