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림막 안
바쁜 여자들과 교차하여 샛길로 산을 오른 배낭 멘 여자의 모습이 소나무 사이에 나타났다. 배낭이 바닥에 내려져 있다. 여자의 움직임이 규칙적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에 등을 부딪친다. 등 부딪치는 운동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백 번은 더 한 것 같다. 뱅그르르 돌려 시선을 동쪽으로 이동한다.
이 지점에서 팔달산을 한 바퀴 도는 일주 도로가 끝난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되돌아가거나 일주 도로에 이은 차도로 들어선다. 인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차도를 밟아야 한다. 사람과 자동차가 혼잡하다. 잠시도 시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문화원 앞을 돌아갈 때까지 지켜보다 시선을 돌렸다. 도청 건물을 훑으며 서쪽 방향으로 돌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건물은 검소하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올렸음이 분명한 건물이 들쑥날쑥하다. 요 몇 년 사이 도청을 둘러싸고 형성된 수많은 주택과 연립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산 위에서 보면 듬성듬성 머리가 빠진 모습 같다. 어느 가을부터 화서시장 너머 연립 단지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더니, 겨울 지나 건물이 사라지고, 높다란 가림막이 둘러 쳐져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
가림막 그림은 왜 하나같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그림책 동화 내용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인가 가림막 안으로 중장비가 들어가고, 며칠 만에 오랫동안 연립 주택 골목을 지켰을 감나무와 느티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또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자전거 배우기 좋았을 언덕이 뭉개져 사라지고 그리고 쿵쿵쿵 굴착기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산허리 도로를 따라 걷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발길을 돌린다. 저기에 시선을 주는 사람들은 저 동네에 살았거나, 아니면 그 언저리 어디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연이 있는 사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