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팔달산

6.무리

by 재학

관리 센터 P-3-052(2020.4.7. Wen. AM 8:10)


저 사람을 이 길에서 며칠에 한 번씩 보는 걸까? 잊어버릴만하면 나타나는 여자가 있다. 40대? 50대? 어쩌면 그보다 더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나치는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커다란 선글라스와 흰색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이 사람은 겉모습으로 짐작을 할 수밖에 없다. 키 165㎝, 몸무게 55㎏은 넘지? 풍만한 몸매다. 출렁이는 가슴을 의식하지 않는다. 연푸른 추리닝을 갖춰 입었다. 추리닝 가슴에 세 갈래 나뭇잎 상표가 그려져 있고, 흰색 영어 알파벳으로 제품명이 쓰여있다. 무릎 나오고 늘어진 추리닝이 아니다. 같은 상표가 그려진 운동화까지 맞춤이다. 흰색 모자 뒤로 묶은 머리가 좌우로 흔들린다. 이 길에서 저런 멋진 여자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나치거나 뒤따라 걷거나 하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멀리서부터 쳐다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지나쳐 간 뒷모습을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탄력 있는 엉덩이로 시선이 간다. 저 여자도 그 시선을 알고 있는 눈치다. 즐기는 건지 곤혹스러워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 사람들은 팀이라고 불러야겠다. 하루도 빠짐없다. 팀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은 꼭 세 사람이 함께 발을 맞춰 오기 때문이다. 도청이나 병무청, 문화원이든 관공서 건물 중 한곳에서 근무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50 중후반으로 보인다. 같은 공간에 책상이 맞대어 있거나 이어져 앉아 있는 사람들일 것 같다. 일찍 출근하여 상의는 점퍼로, 구두는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왔을 것은 복장이다. 머리숱이 빠진 남자는 까만 운동화를 신었다. 그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남자는 배가 많이 나왔다.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걷는다. 그들 가운데를 여자가 위치해 걷고 있다. 여자는 편안한, 뒷산쯤 오를 만한 복장이다. 어쩌면 저 여자는 저 차림이 하루 종일의 복장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팀이 나타나면 도로에 활기가 생긴다. 씩씩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꿔 준다. 가운데 여자는 몸매만큼 투박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떠들며 온다. 여자만 말을 한다. 양쪽 남자들은 걷는 것에 충실하다. 다가올수록 여자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애가 어쩌면 지 아빠...밤새...새벽녘에...’

‘가게 하나... 난리네... 애들 장난인가...’

양쪽 남자들은 지나쳐 가는 사람들에게 겸연쩍은 표정을 날린다. 아침 길에 그 여자 목소리는 정적을 깬다.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드는 여자는 욕구불만이 가득한 느낌이다. 그 팀이 지나고 나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90도 돌려 산 중턱을 살펴보자. 여기는 약수터 옆을 오르는 길이 있고 사람들의 왕래도 잦다.


약수터에서 몇 사람인가 물을 받고 있다. 1리터 페트병 대여섯 개를 유모차에 싣고 온 할머니와 바퀴 두 개 달린 수레에 싣고 온 할아버지가 보인다. 그 뒤에 배낭에서 주섬주섬 몇 개인가 빈 생수병을 꺼내 세워 놓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물을 받기 전 입에 한 모금 넣어 요란하게 헹구어 뱉는다. 뱉은 물이 바닥에 튀기며 흩어진다. 젊은이 한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며 비켜선다. 할아버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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