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팔달산

7.다양한 모습

by 재학

약수터 옆으로 난 길을 한 여자가 오르고 있다. 이 길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드물다. 정상까지 지름길이지만 가파르고 보폭보다 넓은 계단이 주는 불편함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던 여자가 한쪽으로 비켜서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얼마나 몰두했는지 인상이 험상궂은 남자가 내려오는 것도 모른다. 남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다. 챙이 심하게 휜 회색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이런 길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다. 지나치면서 노골적인 시선으로 여자를 훑어본다. 몸매를 훑고 스마트폰도 들여다보듯이 쳐다본다. 여자가 그제야 흠칫하며 물러선다. 그런 행동에 아랑곳없이 남자의 눈길이 여자의 가슴을 다시 한번 훑고 내려간다. 줌을 당겨 남자를 확대해 본다. 60은 넘어 보인다. 온몸에 군살 하나 없다. 스마트폰 화면의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통 주의를 빼앗길만한 연락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자와 남자 둘 다 지켜봐야 한다. 여자가 급하게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남자가 계단을 다 내려와 약수터에 다다를 때까지 시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약수터 주변은 사람들이 많다. 남자를 그들의 시선에 맡겨 놓고 북쪽 길로 뱅그르르 돈다.


모녀 사이가 분명해 보이는 여자 둘이 접근한다. 고등학생쯤 될까? 여자아이는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얼굴을 떼지 않는다. 코앞의 스마트폰을 두 손 엄지로 정신없이 두드린다. 길을 걸으면서 저렇게 빠르게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길 수 있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다. 옆에서 엄마가 끊임없이 말하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의 말소리가 딸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여자아이는 비만으로 보인다. 80㎏? 넘었으면 넘었지 이하는 아닐 것 같다. 흰색 옆줄이 세 개 나 있는 검은색 추리닝을 입었다. 무릎이 튀어나온, 잠옷 겸용인가 보다. 불어나는 몸무게를 보다 못한, 아침이 훤히 밝을 때까지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 분명한 딸을 끌고 나온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나 보다. 추리닝 속에 입고 눌러 쓴 회색 후드티셔츠 모자에 가려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겠다.


남쪽 방향에서 한 남자가 조깅으로 다가온다. 반바지 차림이다. ○자 다리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가졌다. 어디서부터 뛰어온 걸까? 아마 집을 나서면서부터 뛰었을 것 같다. 줌을 당겨 본다. 70은 넘어 보인다. 깡말랐다. 노출된 패션을 좋아하나 보다. 드러난 팔뚝에 근육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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