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난 수업이 좋다. 교감 교장이 되었을 때 가장 목말랐던(?) 것이 수업을 안(못)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아이들도 나도 뿌듯함, 앎에서 오는 충만감으로 유레카를 부르짖곤 해서 좋다.
요즘 1학년 수업을 한다. 1학년을 표현하라면 이렇게 하겠다. 콩 한 줌을 양철판 위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콩알이 사방으로 튄다. 이 콩을 주워 담으면 저 콩이 굴러가고 저 콩을 잡으면 이 콩이 튄다.
‘3교시에 체육관에서 공놀이할 겁니다.’
‘다음 시간에 공놀이 해요?’
‘응, 그래’
‘다음 시간에 공놀이 해요?’
‘응, 그래’
‘다음 시간에 공놀이 해요?’
‘응, 그래’
스무 번 하고 두 번 더 해야 끝난다. 성장의 무서움이란. 그런 아이들이 2학기 되면서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다.
‘3교시에 체육관 갑니다.’
우와~
1학년은 같은 이야기도 억양만, 등장인물만 달리해도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된다.
토끼와 거북이 대신 닭과 염소, 돼지와 강아지, 자동차와 비행기로 바꿔도 새로운 이야기다.
공놀이했다. 정확히 집 지키기라는 놀이다. 두 편으로 나누어 훌라후프로 집의 위치를 정한다. 훌라후프 안에 컵을 쌓아 집을 만들고, 공을 던져 상대편 집을 쓰러뜨리는 경기이다.
2 대 2, 3 대 3, 남자 대 여자, 짝수 대 홀수, 노랑 양말 대 파랑 양말….
어떻게 해도 즐겁고 매번 새로운 경기다.
‘이번에는 남자 대표 대 여자 대표로 할 거야.’
‘선생님, 저 민준이랑 하면 안 돼요?’
‘남자 대 여자로 할 건데.’
‘그래도 저는 민준이랑 하고 싶어요.’
‘왜?’
연지가 대답하기 전에 친구들이 먼저 말한다.
‘쟤네 사궈요.’
‘뭐라고?’
‘민준이랑 연지 사궈요.’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
‘연지야, 맞아?’
‘네 저희 사궈요.’
‘민준아?’
‘저 연지랑 사궈요.’
둘 진지하다. 어느 시간 어느 곳에서나 꼭 붙어 다닌다. 공식 캠퍼스 커플이다.
실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것이 아닌 사실이다. (이름은 바꿨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이모, 우리 아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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