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가족
남자 하나, 여자 둘. 정확한 시간에 나타나는 가족이다. 이 가족은 규칙적이다. 오는 방향, 서로의 위치와 복장, 그리고 보폭까지. 아버지는 몸을 잘 가꾸었다. 군살 없이 드러난 팔다리가 적당히 탔다. 근육이 좋다. 저런 몸은 자랑하고 싶을 거다. 반바지, 등산 셔츠, 골프 모자. 육체 근로자 분위기가 풍긴다. 50대 중반. 남자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남자 옆을 딸이 따르고, 두 걸음 뒤처져 엄마라고 불리면 맞을 만한 여자가 붙어 가기 때문이다. 딸로 보이는 젊은 여자도 몸매가 좋다. 알맞은 굴곡과 종아리가 매끈하다. 딸이라고 해야겠다. 딸일 것이다. 그래야 뒤에서 종종거리며 쫓아가는 여자를 엄마라 불러야 어울린다. 엄마는 바쁘다. 바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뭉툭한 몸매에 다리도 짧고,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같은 굵기이다. 아빠와 딸보다 다리를 두 배는 움직여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부녀는 하나 둘 하나 둘 두 발을 척척 맞춰, 손을 힘차게 흔들며 멀어진다. 엄마는... 엄마는 뛰어간다. 쫓아간다.
엄마를 떼어 놓고 싶어 안달인 부녀 사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엄마.
잔인한 아빠라고 해야 하나 딸이 더 잔인하나.
엄마에게 맞춰 주지...
이상한 가족이 지나쳐 간 방향에서 왁자지껄 소리가 들린다. 여자 다섯, 빨갛고 노란 등산복이다. 복장으로만 보면 히말라야도 갈 수 있겠다. 정상을 감싸 도는 성곽길을 안하무인으로 내려온다. 저들이 몰려오면 비켜나야 한다. 길 밖 풀 섶으로 잠시 대피하는 것이. 그래서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얌전히 비켜서 있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몇 사람이 모이면 큰 힘이 솟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