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미정이
상일은 미정에게 미안함이 많다. 둘은 서로 두 번째 이루는 가정이다. 13년여 지속한 전처와의 결혼 생활은 함께 살았던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 식품회사 다닐 때 상일은 출장이 잦았다. 자주 집을 비웠다. 대신 월급은 고스란히 아내에게 보냈다. 거래처 리베이트가 월급보다 많을 때였다. 얼마를 보냈는지 헤아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보냈다. 돈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 가정에 소홀함을 돈으로 보상받고자 했다. 돈은 얼마든지 가져다주마. 대신 가정은 네가 돌봐라. 역할 분담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렇게 되었다. 상일에게 집은 단지 잠을 자러 찾아드는 곳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집에 오면 어색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그런 줄 알았다. 텔레비전 수다 떠는 프로그램에서도 그러고 주변 친구들도 주말부부들은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 불이 나게 되돌아온다고 했다. 상일이 느끼기 시작한 어색함이 아내도 마찬가지였음을 그때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모르는 체하고 싶은 마음이 더 외면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상일이 집에 오는 날이면 아내는 아들을 가운데 누이고 잤다. 아이와 아내 둘만의 집에서 그렇게 지냈구나 싶어 상일도 좋았다. 그렇게 자는 것이 정상인 줄 알았다. 가족이 단란하게 자는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오랜만에 만지는 아내의 몸도 그리웠다. 조금씩 불어나는 허릿살도 좋았다. 상일의 손을 아내는 아이가 있다는 핑계로 뿌리쳤다. 거부였음을 나중에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