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황선장
황 선장네, 즉, 미정의 아버지는 인근 제일 부자였다. 배 여러 척, 마을 앞 양식장 대부분이 황 선장네였다. 넓은 마당은 언제나 일꾼들로 북적였다. 미정은 황 선장의 1남 4녀 가운데 둘째 딸이었다. 부잣집 딸답게 하얀 면 스타킹을 신고 학교에 다녔다. 만화책에 나오는 챙이 넓은 모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정은 상일과 친구들의 놀이터(포구 옆)에 오지 않는 유일한 동네 아이였다. 여름이면 까맣게 탄 몸을 물속에 던지며 온종일 놀던, 어른들이 아이들 놀이터라고 일부러 피해 줬던 포구 옆 웅덩이는 마을 아이들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곳이었다.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남자들 쪽을 힐끔거리며 놀 곤 했던 곳. 미정을 그곳에서 본 기억은 없다. 대신 미정은 하얀 스타킹에 치마를 팔랑거리며 넓은 마당에서 일꾼들 사이들 뛰어다니며 놀았다.
“왜 내려왔는데?”
“아, 모르는구먼, 미정이 신랑, 거 왜 보양 운수”
“그래, 보양 운수.”
보양 운수는 고향마을에서 읍내로 나가려면 타야 하는 버스로, 옆구리에 녹색으로 두 줄을 긋고 줄 중간에 흰색 글씨로 보양 운수라 쓰인 바닷가 해안도로를 달렸던 유일한 버스였다.
“미정을 팬다는 말이 있었잖여.”
“바람피우는 것도 모자라 마누라를 팼다지 뭐여”
기준의 말에 의하면 황 선장네는 그 많던 재산이 다 없어졌단다. 막내로 태어난 아들이 정치한다고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황 선장 살아 있을 때 고향에 집 한 채 남기고 다 말아 먹었단다.
“그래, 미정이는 어디 사는데?”
“그 집, 둔서리에 있는.”
“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