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해를 마중 나가는 것보다 세밑 배웅을 한다. 한마디로 평소에도 늦게 자니 12월 31일이라고 별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날이 날인지라 1월 1일, 늦어도 2일에는 일기를 한 번씩 썼는지 네이버 블로그에서 내가 지나 온 몇 번의 새해를 보여주었다.
2026 병오년의 카운트다운을 함께 세고 우리 네 명은 서로 어깨를 얼싸안은 뒤 왼쪽으로 세 바퀴,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았다. 잔뜩 신이 난 어른 두 명과, 이게 무슨 상황이냐 하는 청소년 한 명, 안 하고 싶은 표정이 역력한 다른 청소년 한 명이서 말이다.
매년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몇 번의 새해 맞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좌로 우로 돌지는 안았지만 '다같이 으쌰으쌰를 했다.', '모두 같이 올해는 건강하자고 외쳤다.' 같은 걸 했단다.
그 중 인상적인 내용도 있었다. 나이 먹는 게 아무래도 서글픈 나는 좀 분위기를 달리 해 보고자 다들 '나이 자랑'이나 하자고 했다. 한 명이 먼저 '나는 올해 마흔 몇 살이 되었습니다!' 라고 외쳤고, 다른 한 명도 '나도 올해 마흔 몇 살이 되었습니다!' 라고 했다. 그 다음 한 어린이가 '저는 이제 열 살입니다!', 그리고 또 '저는 아홉 살 입니다!' 라고 했다.
이런 재치있는 나를 보았나... 하며 흐뭇해 하다가 열 살이고 아홉 살이라는 글자에 순식간에 시간이 그 때로 돌아가 그 나이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했다.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지금 하자고 하면 할까? 지난 한 해 나와 남편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이라는 그 변화 때문에 조금 마음 고생도 했다. 입 꾹.. 문 꽉.. 그래서 과거의 그 때가 조금 아니 많이 그립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나는 내 이 한결같은 재간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가족에게 이 일기를 읊어주었다. 아이들은 그게 몇 년전인가 세어보았고, 두터운 형제애를 가진 이 둘은 서로에게 '그 때는 그렇게 귀여웠는데...'라는 덕담을 날렸으며, '이건 자연스러운 성장이지.' 라며 잘 자랐음을 인정했다.
그러게, 우리집 두 어른의 지난 한 해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해였다. 결국 나는 아이들이 내 뜻대로 해 주길 바라는데 그게 안 되니 서운하고 때로는 화가 난 거였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그리운 건 눈물겹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하자면 잘 따라주었던 그 천진함과 온순함 때문이었다는 걸 어렵게 깨닫는 한 해였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고 했으니까 모르면 배우고, 알았다면 적응도 해 가며 올 한 해도 무사히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