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변호사를 보내며...
앞으로 조금 더 함께 해 줘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막방을 위해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저번에 마시고 남은 화이트 와인을 따랐다. 매우 고민했다. 왜냐하면 시각이 새벽 2시였기 때문이다. 목구멍까지 차 있는 일을 쳐 내고 나니 그 시각이었고 얼른 자고 나서 보는 것보다 이렇게 조용한 새벽, 그리고 어제부터 에어컨 켜지 않아도 되는 선선한 밤 더 이상 최적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숨도 살살 쉬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와인을 꺼내고 잔에 따르는데 생각보다 소음이 심했다. 왜 당당하지 못한 거야! 역시 집이 100평은 되어야...
어차피 티비도 없고 넷플리스로 보는 마당에 보고 싶은 장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느라 두 시간 가까이 걸렸나 보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넷플릭스 없던 시절에는 배우들 하는 말 알아들으려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보고는 했다. 요새는 호시절이다. 자막이 하도 친절해서 말이다. 여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얼마 전에 <한산> 영화 보러 갔다가 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참 곤란했다.
어찌나 구절구절 주옥같은 대사도 많고 배우들 연기도 대단한지 아주 내가 호강을 하는 구나 싶었다. 지난 8주간 행복했지.. 어디서 이 코로나 시국에 왜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드라마에서는 마스크도 끼지 않느냐, 평범하게 산대놓고 서울에 그런 집이 얼마나 비싼 지 아느냐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드라마나 예능에서조차 현실을 보면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나마 티비를 보며 현실을 잊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주 두 달간 호강을 했다.
이젠 무슨 낙으로 살지... 잘 쓰여진 책을 하나 갖고 있으면 수시로 들추어 본다. 처음부터 볼 필요도 없다. 아무데나 펼쳐 보아도 앞 뒤 이야기를 다 알고, 알아도 재밌고 알아서 재밌다. 한동안은 이 드라마 덕에 넷플릭스에 매달 내는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