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Aug 17. 2022

질문에 다정하게 답하기

오늘 못했으면 내일!

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었다. 꿈이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그리 될 것이라 여기기도 했다. 아이가 질문을 하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을 해 줘야지,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궁금해 하면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주기, 나는 학생들과 책으로 수업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수업 준비를 할 때 내가 먼저,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있다며 먼저 이야기 해 줘야지...



그렇게 해보기도 했다. 엄마는 일기를 쓰고 있어 라며 오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썼어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가 질문을 했는데 그건 지금 설명해도 네가 이해하기 힘들거야 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완벽하게 이해시키지 못하더라고 설명을 해 주는 것 자체로 아이는 존중받고, 또 혹시 이해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내가 될 때 말이다.




허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일기를 쓰고 있을 때 아이들이 다가오면 열심히 가렸다. 물론 일기는 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그럼 다른 거. 내가 수업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뭐하냐고 물으면 그냥 수업 준비 하니까 조금 있다가 와 줄래? 라고 말한다. 오늘도 아이가 인치(inch)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좀 대충 대답했다. 그 때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못나게 변명해보자.. 그 외에도 좀 아이들의 질문이나 말들에 무성의한 경우가 많다.




아 왜 이게 안되지? 근데 잘 안 된다. 좀.. 나를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싶다. 우리집은 사생활이 없다. 집이 아주 커서 니 방 내 방이 따로 있으면 괜찮아지나? 그럼 좀 삭막한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그 때는 엄마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고 매달리게 될까? 아이고 지금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왜 이렇게 요즘 내가 뭔갈 자유롭게 못 하겠지? 당연히 아이들이 방학이기 때문이다. 나의 대부분의 활동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이루어지거나 밤에 잠이 든 후에 이루어지는데 이건 뭐 학교도 안 가 밤엔 12시가 다 되오록 깨어 있어(바로 지금도) 그나마 아이들이 더 어릴 때는 내가 뭘 하는지 들여다 본 들 알 수도 없고 자기네들끼리 노는 데도 바쁜데 이제는 글자도 알고 내 일에 관심도 많아서 내가 좀전까지는 큰 모니터로 일을 하다가 일기 쓰려고 급하게 패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것도 첫 줄을 몇 번이나 쓰고 지웠는지.. 자꾸 근처에 오니께!




내 바람이자 그리 되겠다 여긴 모습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에 자책하지 않으련다. 나는 다른 모습들로 충분히 사랑해 주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시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하게 질문에 답을 해 줘야지.. 또 그리 하지 못하면 까먹고 안 하고 있던 1분 끌어 안기와 폭풍 뽀뽀를 해야 겠다. 아니 이건 그냥 해야 겠다. 스킨쉽과 애정은 비례하니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