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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Aug 23. 2022

여름에는 방학하는 날 아이처럼 살고

마음을 다시 먹어보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나고 헛헛한 마음을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며 달래고 있다. 아니 실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드라마를 일부러 두 번 보는 일이 없었는데 넷플릭스가 그걸 가능하게 해 주었다. 같은 드라마를 두 번이나 본다니.. 좋나? 좋았다. 나같이 대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싶어하고 주옥 같은 대사에 아낌없이 감탄하는 사람에게 넷플리스의 자막 서비스는 더 할 나위 없고 말이다.





정직하게 정주행을 했던 두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 뛰고 알콩 달콩 흐뭇 재미난 부분만 골라서 보고 있다. 이런 대사, 이런 부분이 있었나? 하며 새삼스럽고 이미 아는 대사가 나오는 부분은 반갑다. 음식도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던가.. 좋아하는 대사가 나올 타이밍엔 미소가 나온다.





드라마 상 충청도로 나오지만 대부분의 촬영은 경북 포항에서 진행되었다. 내가 이런 것도 안다.. 왜냐하면 가 봤거든! 영혼 없이 따라온 아이들과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남편 사이에서 나 혼자 여기가 까멜리아야! 여기가 동백이 집이야! 하며 들떴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조그만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을 거야 하며 보고 있다가 너무 좋은 대사를 만났다. 사실 매일 그렇지만 특히 방학을 맞이해 날씨도 덥고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 기분이 있고 여름이면 아니 거의 사계절 내내 간지러운 부분이 있는데 더울 때는 더 가려워 약간 신경질적이다. 이유 없는 알러지가 눈에도 나서 잠결에 비비고 문지르다 아침에 보면 한 대 맞은 얼굴이다.(실제로 농담이긴 했지만 눈에 멍 든 것 같은데 한 대 맞았냐는 말을 들었다)





다정하고 성실하게 지내고 싶은 내 마음에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그 짜증이 온데 만데 퍼진다. 오늘은 어제보다 낫기를, 내일은 오늘보다는 낫기를 기도하지만 최근 들어 제일 좋았던 날은 한 달 전인 방학 첫날 인 것 같다. 맞다. 조금은 비약이다. 세상 좋은 글귀가 많지만 오늘은 드라마 속 이 대사를 내 것으로 삼고 싶다. 매일 기억하고 싶다. 또 언제 변덕이 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팔자는 도망을 왜 못 해?

그냥 성격이 팔자지, 안 그래?

맨날 절절대고 살면 허구헌 날 절절맬 일만 생기는 거고

맨날 깔깔대면 웃을 일이 천지겠지



봄에는 그냥 신나서 깨춤을 춰 대는 꽃씨처럼 살고

여름에는 방학하는 날 우리 필구처럼 살고

가을에는 막 팔자 좋은 한량처럼 그냥 가을이나 타 버리지, 뭐.

겨울에는 눈밭의 개처럼 살아 버릴 거야."



<동백꽃 필 무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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