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안달복달은 잠시 넣어 두고
학교종이 앱에서 알림이 왔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다음 주 월요일은 아침 7시 30분에 등교 여부를 알려줄 것이고 화요일은 원격 수업이 확정되었으니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전달 사항을 미리 받을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대비를 할 수 있게 하니까요. 학교종이 앱에서 자꾸 아이 준비물이며 숙제를 알려주어 이건 제발 선생님 아이들과 해결하시면 안될까요.. 하며 곤란했는데 이번엔 이렇게 유용했어요. 이게 제 기능이죠.
초등학교 때 제가 살던 곳에서 유례 없이 눈이 많이 내린 적이 있었어요. 제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요, 자기들은 무지개를 한 번도 못 봤다고 투덜대요. 그럼 저도 말하거든요. 나도 몇 번 못 봤어. 그리고 여기 남녘에 한정되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티비에서는 볼 수 있는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어머 얘 좀 봐 나는 사십 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걸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야.
제가 이런 지역에 살고 있는데, 눈이 정말 많이 내린 거예요. 무릎까지 쌓였다면 당연히 과장이고 제법 많이 와서 힘들게 학교까지 갔어요. 갔는데, 휴교령이 내린 모양이었어요. 학교가 한산하고 저처럼 왔다가 도로 돌아가는 아이도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랬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연락을 미리 받을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조변석개인가요! 그러기엔 삼십 년이 지난 이야기 이긴 하네요.
이렇게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그저 비가 내리다 그쳤다 하는 흐린 날인데, 뉴스에서는 내일 모레면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을 한다 하니 보고 있으면 겁이 나요. 루사 때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매미는 확실히 기억하거든요. 개인적인 피해는 다행히 없었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 길의 모습이 참 정말 말 그대로 뭐가 휩쓸려 지나간 듯한 모습.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참혹하고 가슴아픈 뉴스들도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데, 요즘 저는 일상생활은 희극인데 뉴스만 들여다보면 비극이 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 많은데 하기 싫어서 폰만 들여다 보니까요. 안 봐도 될 것 까지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나 혼자 안달복달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 적어도 마음은 편하게 있어보고 싶습니다. 그래 봅시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요. 이렇게 토닥토닥 글도 쓰고 커피도 마시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