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구입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차를 보내는 마음을 담아 쓴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차와 함께 한 시간만큼의 추억이 쌓여서 보낼 때 마음이 슬펐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대단히 인상 깊었거나 감명 깊에 읽은 건 아닌데 한 번씩 생각이 났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며 하나 배운 기분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우리집도 새로운 차로 바꾸게 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될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을 수도 있구요.
저 칼럼을 읽지 않았대도 십 년을 넘게 함께 한 차를 보내는 기분이 마냥 덤덤하기야 하겠습니까만은, 봄에 계약한 새 자동차를 5개월을 기다려 인수 받고 태풍이 지나면 바로 중고로 팔게 될 어제까지 타던 차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지난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오늘 친구들과의 대화방에도 이렇게 남겼어요. '방울이(제 차 이름) 타면서 놀러도 많이 다니고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을 낳아 키웠고 캠핑도 다녔어.' 라고요.
차에 이름을 붙여 부르고, 아이들에게도 방울이 언니라고 부르게끔 한 세월이 있어서, 이 차를 보내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이제 이 차를 탈 날도 얼마 안 남았어. 많은 추억이 있는데 안녕 하고 인사하는 날 엄마는 눈물이 날 것 같아 라며 다소 뻥을 섞어 말하니 큰 아이가 이잉 나도 울 거야 하더라구요. 너는? 하고 부르니 작은 아이가 나도. 하고 말했어요.
태풍이 오기 전날 차를 인수받자니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있나요. 지하 주차장에 얌전히 모셔다 놓고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새 차 보러 가자며 다같이 지하주차장으로 갔지요.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던 아이들이 방울이 언니는 어디있냐는 거예요. 저쪽 편에 있으니 가 봐. 태풍 지나고 나면 가지고 갈 거라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야 인사하고 와.라고 말하니 조르르 가요. 한참 있다 둘이 다시 와요. 큰 아이는 다시 새 차 구경에 여념이 없는데 작은 아이가 조용해서 바라보니 눈가가 젖어 있어요. 나도. 하고 무심히 대답하던 아이가 말이에요.
그러고 집에 와선 뭘 한참 쓰고 그리고 하더니 방울이 언니한테 편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해요. 이렇게 슬퍼하고 기억해 주는 네 덕에 방울이 언니 가는 길이 많이 외롭지 않겠구나 라며 안아주었어요. 저도 좀 과장이 심한가요? 그래도 이 순간엔 아이의 기분을 존중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마음까지 한 번에 다 드러내 주는 구나 하면서요. 나랑 작은 아이는 가는 방울이에 안녕을, 남편과 큰 아이는 새로 맞이한 셀리에 인사를. 그러면 되는 거죠.
차는 눈 앞에 있고, 할부금은 통장에서 나가니 내 눈에는 안 보여서 오늘은 좋습니다. 한 달에 얼마나 나가는지 그래서 앞으로 몇 년간 아등바등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가 될 건지 불 보듯 훤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좋습니다. 십 삼년 전에 방울이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이 났어요. 자동차 선팅 가게에서 선팅이 완료 된 차를 탁 탔을 때 그 때도 그랬는데, 오늘도 두근거리더라구요. 방울이 때의 두근거림에 비해 오늘의 두근거림은 새 차인데 긁어먹을까봐 하는 걱정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어쨌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