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Sep 07. 2022

내가 사랑하는 시간

책 읽자 라고 말하면

요즘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제목은 <디즈니 기묘한 소원 1> 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느냐면 알라딘에서 열심히 광고를 해 가며 저에게 문자로까지 영업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책 구경을 하게 되면 아주 대충 어떤 내용이라는 것 정도만 파악하고 열심히 밑으로 내려 댓글을 확인합니다. 줄거리를 보지 않으려는 건 어쩌면 이 책을 읽게 될 지도 모르는데 미리 스포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이고 댓글을 확인하는 건 읽을 만 한지 어떤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입니다. 그러고 첫 한 두 댓글에 재밌다 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저하고 책 취향이 맞는지 어떤지는 당장은 신경쓰지 않구요.




사람들이 재밌다는 데 제가 재미가 없다면 책이 문제겠습니까, 그저 그 재밌다는 포인트를 저만 못 찾았을 수도 있고 뭔지 알겠지만 재밌다고 하기 싫을 수도 있고 하겠지요. 허나 이건 제가 읽을 게 아니고, 아니 읽어주긴 할 건데 청취자가 아이들이라서 댓글에 재밌다 재밌다 내용이 많길래 도서관에서 대출을 시도했어요. 어머 그런데 재미있는 책이 맞나 봅니다. 도서관마다 다 대출중이고 예약까지 걸려 있더라구요. 당장 보고 싶은데 구입을 해 어째 하고 고민을 하며 예약을 해 두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왔어요.




하여 제가 여기다가 줄거리를 부려놓을 거냐면 그렇지는 않고, 등장 인물들에 지명이며 다 영어로 되어 있어 읽어주는 저나 듣는 아이들이나 헷갈리고 정신 없어서 도입부에서 이 책을 던질까 말까 고민을 조금 하였는데 그 고비를 넘어가니 아주 재미있어요. 아이들도 정말 재미있게 듣고, 읽어주는 저도 재미가 있어서 목이 아프거나 시각이 하 깊어가도 한 장만, 한 장만 더 하며 이제 절반도 넘게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얼른 2권을 예약해야겠구나 싶더라구요.




아이들이 자랄 수록 대화를 한다기 보다는 질문을 하고 지시를 하고 추궁을 하거나 나무라거나 충고를 하는 등  곱지 않은 일방통행이 많아지더라구요. 마음이 많이 불편한데, 그럴 때 책을 읽어주면 조금은 사과를 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아이들이라고 티를 못 내 그렇지 엄마인 저에게 섭한 게 왜 없겠어요. 그래도 전에는 미안하다 하고 사과도 잘 하던 엄마가 입을 앙다물고 있을 때도 많다고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리고 저도 목까지 채여 있는 해야 할 일 잠시 모른 척 하고서 한숨 돌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듭니다. 기꺼이 아이들이 제게로 모여 듭니다. 제각기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엎드려 손장난을 하며 듣기도 하고 제가 읽는 부분을 눈으로 따라 오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