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니까 명절이야기
*남편에게, 어릴 적 명절때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물었습니다. 우리는 큰 상에 할아버지, 아빠, 작은아버지들 그리고 남자사촌들 그러니까 남자들이 앉았고 그보다 작은 상에는 여자들이 먹었어요. 남편네는 자리는 좁고 식구는 많으니까 먼저 먹고 일어나고 자리 나면 다른 이가 앉아 먹고 그랬다네요. 남자부터요.
*또 그 때는 시골 가면 두 밤 자고 왔는데 으레 그러려니 했어요. 우린 또 네 시간 걸려 가니까 하룻밤만 자고 오기엔 짧다고 생각했던 듯도 해요. 작은아버지네 식구도 다 그랬어요. 명절 당일에 고모가 오셨는데 그 또한 자연스러웠네요. 우리 엄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저는 마땅한 외갓집이 없다고 여겨서 더 그랬나봐요.
*이동수단은 1.5톤 포터 트럭이었어요. 트럭 타 보신 분은 알텐데 좌석 뒤에 좁게 공간이 있어요. 짐 두는 자리겠죠? 그 곳이 초등학생 시절 제 지정석이었습니다. 앞엔 아빠 엄마 언니가 앉구요. 언젠가부터는 기차를 타고 다녔어요. 비둘기호 무궁화호 입석이요. 입석! 새마을호를 먼저 보내느라 정차가 길었던 비둘기호.. 더 자라서는 부모님만 다녀오시거나 못 가는 때도 있거나 했어요.
*저는 경남에 삽니다. 할머니댁은 충남이에요. 이박 삼일 다녀오면 고새 충청도 사투리가 입에 배여 며칠을 어색한 말투를 쓰곤 했어요.
*트럭을 타고 가면 갈 때와 달리 올 때는 짐칸에 말린 고추며 쌀,고구마 등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은 아파트 5층이었어요. 5층짜리 아파트에 5층이요. 엘리베이터는 없는 5층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수터 가서 물을 떠 오는 거 하며, 장을 보는 건 물론이거니와 짐칸에 가득한 것들을 어떻게 이고 지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싫고 힘들었는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냥 들고 날랐어요. 비교할 데가 있었다면 더 싫었겠죠?
*저는 이제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어요. 엄마 집이 가깝고 시어머니댁도 멀지 않습니다. 어제는 시댁 가서 저녁 먹었고 오늘은 좀 있다 엄마집에 갈 거예요. 그 전에 잠시 짬 내어 우리 가족 오손도손 사이좋게 따로 놀고 있습니다. 어제 본 달이 진짜 컸는데 오늘은 더 크겠지요? 엄마 달이 빨갛게 보이는 건 정말 저주가 내리는 거야? 하고 묻는 아이에게 아니 그건 공기중에 어쩌고 저쩌고 세상 현실적으로 답해주었지만 나중에 둥실 떠오를 달을 보고는 소원을 빌고 싶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