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Sep 11. 2022

보름달을 마음에

소원도 함께

엄청 크고 밝은 보름달이 뜰 거랬는데 어제 제가 사는 곳은 먹구름은 아니지만 구름이 하늘을 덮어 보름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몹시 아쉬워 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 아이가 베란다에 나가보더니 달이 있는 것 같은데 앞 동에 가려서 안 보인다고 하는 거예요. 따라 나가서 보니 아이가 말한 쪽 하늘이 밝아요. 구름에 가렸다 해도 조금 기다리면 구름이 지나가고 달이 보일 것 같았어요. 해서 우리 가족은 오밤중에 겉옷만 걸쳐 입고 나갔습니다.







100년만에 가장 둥근 달이었던가요? 큰 달이라고 했던 가요? 우리 가족이 본 어제의 달은 정말 밝은 달이었어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할 때 그 밝은 달 말이에요. 보름달이 원래 밝지 않냐구요? 그렇긴 한데 제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해 같다고요. 맞아요 정말 조금 과장하면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어요. 저렇게 밝다니 구름이 껴 있더라고 당당히 비치겠더라구요. 소원을 빌라는 제 말에 몇 개나 빌어야 하냐고 묻는 아이에게 양껏 다 빌라고 했어요. 제가 소싯적에 하나만 빌어보기도 여러 개를 빌어보기도 여섯 개 숫자를 점지해 달라고도 빌어봤는데 음..







첫 번째 문단에서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이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잠을 자고 있지 않아요 그쵸? 아휴 저는 여름방학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분이에요. 초등학생인 제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 부터 밤에 일찍 자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언젠가부터 점점 자는 시각이 늦어지는 거예요. 일찍 눕나 놀다가 눕나 잠드는 시각은 비슷비슷하고 저도 열심히 일찍 재우려는 노력을 안 하고 싶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방학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어요. 그냥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라 나는 모르겠다...







추석 보름달 이야기 하다가 아이들 자는 이야기로 샜네요. 대체 휴일로 하루 더 있어서 열심히 일찍 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우리 넷이서 단란하게 보름달도 보았어요. 남편이 사진을 찍었지만 달 사진은 유독 내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못 나와요.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달 사진은 사람들이 멋지게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놓았으니 그걸 보는 게 낫다고 말했어요. 제 말을 들은 아이가 그게 아니래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아두면 되는 거라네요. 그래. 그 말이 맞아요. 그렇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