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은 재밌는데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에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너는 이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 등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을 이유를 들어 설명을 해야 하지요. 곧잘 대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답하기 힘들어 할 떄도 많습니다.
사석이 아닌 수업을 하는 자리이니 대답을 하기 어려워 하면 그 이유를 같이 살펴 봅니다.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가 파악이 안 되었으면 줄거리를 다시 짚어봅니다. 느낌에 대한 표현이 단순히 좋다, 싫다로 나오면 감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을 알려주며 다시 골라보게도 합니다. 도저히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하면 주인공의 행동이나 심정이 이해가 가냐고,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냐고 묻기도 합니다.
속으로는 한 번씩, 너희들도 힘이 들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책을 그냥 읽잖아요. 누구에게 느낌을 줄거리를 말해 줄 일이 별로 없지요. 그래서 재밌다 재미없다 등 간단히 나 혼자 느끼면 되고, 인상 깊었거나 울림이 있는 경우는 글이나 말로 풀어내기 보다는 속으로 감동을 받고 끝날 때가 대부분입니다.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독서감상문은 저에게도 참 어렵습니다. 경험상 책을 두 번은 읽어야 책에 나오는 내용을 쓸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구절을 입에 담을 수가 있어요. 저는 그렇더라구요. 이건 마치 객관식 답은 맞출 수 있지만 주관식이나 서술형은 절대 못 푸는 형국이에요. 저도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말하거든요. 너희가 책을 읽긴 읽었는데 말이 잘 안 나오지? 객관식이라면 아마 다 맞출걸?
원해서 읽는 책도 아닌데 두 번이나 읽는 게 시간도 여의치 않고 마음도 안 가고 그럴 겁니다. 그런데 애써 느낌까지 말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머리를 쓰는 건 에너지를 엄청 잡아먹는 일이라 인간은 편한 걸 계속 찾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꼭 해야 하는 일 아니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아이들에게 던지는 제 질문들은 그래서 힘들 거예요.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전에는 왜 이게 안 되지? 왜 말을 못하지? 하는 답답함이 조금 있었는데 인생 만사 역지사지인가요 저는 제가 원해서 빌린 책도 읽어치운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대충 볼 때가 많은 걸요. 제가 책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다보니 책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진 건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사실 책은 재밌는 건데 이걸 알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오늘은 저에게 집중하려고 합니다. 나나 잘하자. 나 먼저 하고 말하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