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14일 수요일입니다. 일주일의 중간이고 한달중에서도 중간이네요. 확실히 명절 한 번 보내고 나니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주섬주섬 패드와 키보드 등을 챙겨서 아이들 학교 가는 길 까지 어슬렁 따라갔다가 근처 카페로 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주변에 카페는 많은데 아침 일찍 여는 곳이 별로 없거나, 있어도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라 안에 의자 한 둘 있어도 들어가 몇 시간 느긋하게 있기에는 마음이 불편해요. 제법 걸어 온 이곳은 스타벅스 입니다. 여기는 몇 시간 느긋하게 앉아 있어도 편하고 마침 기프티콘도 있어요. 요새는 기프티콘 선물을 많이들 하잖아요? 저도 커피 쿠폰을 몇 개 받은 게 있어서 오늘 하나 씁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맞아요? 오늘은 이 속담이 계속 생각이 납니다. 오늘 제 아이들이 지난달에 쳤던 독서경시대회 결과가 발표되었어요. 아까 좀 전에요. 읽어야 할 책이 네 권에다 낯선 분야는 용어도 어려워하고 해서 제가 붙들고 읽어주고 설명도 해 주었거든요. 자기들이 스스로 읽기도 했구요. 작년에도 쳤던 시험이니 시험 형식이나 방법에 대한 낯섬은 덜 할 것이고 아이들도 자신 있어하고 저도 기대를 좀 했어요. 기왕 잘 치면 노력한 만큼 나온 결과에 저희들도 뿌듯하고 저도 괜히 어깨 좀 으쓱거리고 싶었나봐요.
저는 아이가 둘 있는데요, 저도 제 언니와 닮은 부분보다 다른 부분 찾기가 더 쉬울 정도로 각자가 다르거든요. 그래놓고는 제 아이 둘은 왜 이리 다르지 하며 키우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머리로는 아는데,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거예요. 성격이나 체질같은 부분도 그렇지만 학습 부분에 있어서도 그 왜 이만큼 읽고 풀었으면 이 정도는 하겠지? 하는 선이 있잖아요. 거기에 도달이 잘 안되는 아이가 있는 거예요. 열 문제씩 풀었는데도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면 안 되는 아이는 좀 더 풀려보든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보든 해야 되는데 왜 안 되지??? 물음표에 갇힐 때가 많았어요. 아니 많아요.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제 자신만 봐도 곧잘 되는 것과 해도 영 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참 나 자신과 모르는 사람에게는 관대한데 제 아이들에게는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까는 결과를 보고 당황을 해서 친정언니와 통화를 오래 했어요. 조카도 시험을 쳤거든요. 조카의 점수도 제 예상 밖이더라구요. 이 시험은 상세한 결과표가 있기 때문에 그걸 읽고 아이가 어느 부분이 잘 되고 어느 부분이 약한 지를 파악하여 독서 지도를 할 때 참고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참고가 아니라 이게 왜 안 됐지 하며 계속 혼자 물어보고 또 물어봤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니 물음표에 갇힌 이성이 되돌아 옵니다. 어차피 아이에게 이걸 왜 틀렸느냐고 물어봐야 소용이 없어요. 잘 못 읽었어 혹은 몰랐어 라고 하겠지요. 다시 풀어보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정답을 맞출 겁니다. 여태까지의 학습이 다 그랬듯이요. 그러니 이해가 되고 그래서 답답합니다. 문제를 잘 읽으라고 백날 말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본인이 스스로, 내가 자꾸 문제를 안 읽어서 틀리는 구나! 아깝다! 라고 깨달을 때 달라질 수 있거든요. 꾸준히 지도와 조언과 사랑을 주면서 지켜봐야 하는데 그래서 이 모든 건 엄마인 제 숙제가 됩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숙제는 정말 하기 싫지요.
그래도 이렇게 글로 풀어 쓰며 엉킨 마음도 풀어 정리해 봅니다. 길게 썼지만 쉽게 말해 점수가 제 성에 안 차는 거지요 뭐 ㅎㅎ 아이는 아마 본인이 기대한 것 보다 낮은 점수에 실망한 후에는 절 쳐다볼 거예요. 제 표정을 보는 거겠죠. 엄마 나 잘 못 쳤어? 라고 물을 지도 몰라요. 그럼 꼭 끌어안고 뽀뽀 백 번 한 후에 말해 줄 거예요. 아니 엄청 열심히 잘 했어!! 라구요. 이것도 제 숙제니까요. 이 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