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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Sep 16. 2022

핸드폰 바라기

너를 갖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지 늘 고민이 됩니다. 아예 원청봉쇄를 시킬 수도 없습니다. 유튜브가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요. 학교 숙제도 학급 홈페이지에 올리라고 하니까요. 사진이나 문자메세지를 선생님께 보내라고 하니까요. 그렇다고 뭔가를 검색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주면 어느새 아이는 다른 걸 보고 있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죠. 저도 그러는 걸요. 가끔은 저도 유튜브에서 재밌게 본 걸 아이들과 공유하기도 해요. 요즘엔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love dive>무대 영상을 같이 보며 꿀렁꿀렁 율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늘 갈망해요. 대놓고 말하거나 내심 바라거나의 차이지요. 해서 저희집에서는요, 매일 풀어야 할 문제지가 있는데 그걸 정해놓은 시간 안에 다 풀고, 일주일간 잘 수행을 하면 금요일에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그간 부침이 많았어요. 8시까지 였던 마감시간을 9시로 늘렸고, 수요일은 원래가 쉬는 날이라 하지 않고, 금요일에는 9시에 공부 다 하고 핸드폰까지 사용하면 시각이 너무 늦어버리니 금요일만 7시까지로 시간을 정했지요. 크게 보면 아이들에게 편의를 점차로 많이 주었는데 아이들이 느끼는 건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친구들을 보자니 좀 억울하단 생각도 들겠지요? 허나 그런 마음을 표현했다간 본전도 못 찾게 생겼으니 저희 집 아이들은 꽤 열심히 미션을 수행합니다. 어떤 날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부르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아요. 이 집념이 놀랍다.. 제 아이들 또래의 자녀를 둔,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들에게 저희 집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참, 1회 쿠폰 사용권도 있습니다. 30분 연장할 수 있어요. 이 쿠폰 만들면서 참 고민이 되더라구요. 이게 뭐라고 크고 작게 규칙을 정하고 수정해야 하나, 이제 와서 윽박지르며 무조건 시킬 수도 없고, 아예 다 풀어버릴 수도 없어 혼자 괴로웠습니다. 저희 집 아이 중 한 명이 유독, 마감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해요. 푸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잔 실수가 많아 틀리는 문제도 많고, 전날 틀린 것도 고치고 그 날의 몫도 풀어야 하니 양이 많기는 합니다.







이 규칙의 의도가 기왕이면 공부도 하고 핸드폰도 하자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겠습니까? 최대한 시간 안에 다 풀도록 유도도 많이 했어요. 학교 다녀와서 조금 풀고 놀러 나가라, 학교에서 조금 풀어와라, 이렇게 급하게 풀면 많이 틀리고 시간에 못 맞춘다.. 쓰고 보니 거의 애원을 했네요 제가.







왜냐하면 시간 안에 못 풀어서 핸드폰 사용의 기회가 날아갔잖아요? 어우, 울어요. 대성 통곡을 하구요. 짜증을 내요. 격하게 좀 말할게요. 그 꼴이 얼마나 보기 싫은지 몰라요. 그러니 시간도 늘려봐 주고, 쿠폰도 만들어 보고 하면서 저도 애를 썼다구요. 도대체 이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 거야..







한동안 그랬고, 또 한동안은 잘 했어요. 어쨌든 저희 집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니까요. 그런데 지난주에 그 아이가 마감시간을 못 지켰습니다. 애 써서 시간 안에 다 푼 아이가 눈을 버젓히 뜨고 있기 때문에 살짝 봐주는 것도 못해요.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다른 점이 있어요. 그렇게 한 번 울고 나더니 끝. 기분이 나아졌니? 하고 물으니 속은 상하는데 마음이 편하기도 하대요. 포기하면 편해 이건가요? 미션은 실패해도,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그날치 양은 다 풀어야 합니다. 차라리 천천히 풀 수 있어 좋다는 말도 하더라구요. 어이고 의젓해라. 자랐구나.







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아이가 어제 실패를 했어요. 또 잠깐 울고 말더라구요. 아이야 성장했구나.. 하며 뿌듯했는데 문제는 문제를 풀 생각을 안 해요. 마저 안 푸니? 하니까 어차피 오늘 안에만 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책을 붙들고 읽네요. 싫은 소리 한 마디 하고 풀게 했습니다. 오늘은 코빼기도 안 보여요. 금요일 저녁에는 일주일 동안 어질러 놓은 것들을 정리하는 날인데, 그 조차 안 하고 놀이터에서 방금 귀가하셨어요. 참 뭐든지 중간이 없구나. 내 맘 같은 건 하나도 없구나 싶습니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하지는 못해도 얼른 공부를 하고 나면 금요일 밤, 자기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며 뒹굴거릴 수도 있는데 꼼짝없이 문제를 풀게 생겼습니다. 어쩌겠어요 이 또한 본인이 직접 겪으며 깨달아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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